하나님이 부르신 보통 사람들 - 제임스 보이스의
제임스 보이스 지음, 윤혜준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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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볼록렌즈로 종이를 태워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태양의 기울기에 따라 볼록렌즈를 이리저리 움직여 종이 위에 초점을 정확히 맞추면 종이가 타기 시작한다. 낮이라 잘 보이지는 않아도 불꽃이 일면서 주변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모습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아서 많은 경우 제대로 태워보지 못하는 일도 있다.

신앙 생활 또한 초점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성경을 통해 그 안에 기록된 인물들을 탐구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인물들을 알고자 하는 것일까? 그 인물들을 인도해 가시는 분을 알고자 하는 것일까? 단순한 질문이지만 무척 중요하다. 물론 그런 질문을 직접적으로 받으면 후자라고 자신 있게 답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솔직히 들여다보면 인물에 대해 배우고 아는 데 만족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성경말씀은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알고 마는 정도의 것이라면 극단적으로 말해 일반서적을 읽는 것이 낫다. 세상을 기준해서 볼 때 성경이나 신앙서적은 사실 세상이 요구하는 지식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이 성경을 읽는 이유는 지식을 얻는 차원의 것과 분명 다르다. 성경 안에 모든 진리가 들어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을 통해 자신을 기꺼이 들여다보려고 한다. 성경 인물이 저지른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고 그들이 행한 좋은 점은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실수에 빠지는 일이 많아지면 나와 다른 그들만의 높은 신앙과 거듭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주님을 의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렇지 못한 나를 대비하고는 좌절하고 절망한다. 이쯤 되면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라는 극단적인 생각에 더 이상 그들에게서 배우려 하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초점이 틀렸다.

크리스천이 봐야 할 것은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 필요하고, 그 하나님이 그들이 온갖 실수와 결정적인 실패를 거듭해도 끝까지 붙드셨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그들이 그렇게 위대한 신앙 인물이 될 수 있었다는 것 등이다. 우리가 그들은 우리와 다른 인물이라는 고정된 생각을 갖는 한 그들이 우리보다 더한 실패를 거듭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좀체 보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그들의 성공과 영웅적 자질이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과, 그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 사람이다. 그렇게 초점을 바로 맞춰야 제대로 보인다.

이 책, 『하나님이 부르신 보통 사람들』 또한 접근 방식에 있어 초점을 맞추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하나님은 완전해 보이는 영웅을 부르시지 않았다. ‘우상 숭배자’인 아브라함을 부르셨고, ‘살인자’인 모세를 부르셨다. 그리고 ‘양치기 소년’을 부르셨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부터 결격사유가 많았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하나님이 부르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브라함의 후사를 통해 큰 민족을 이루겠다는 하나님의 뜻을 아브라함이 어떻게 훼방했는지 보라. 아브라함의 행위는 하나님이 그와 했던 약속을 거둬야 할 정도로 결정적인 것이었다. 덜컥 이스마엘을 낳았다 하나님보고 어떻게 하라는 얘긴가? 이스마엘을 인정하라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 하나님은 약속을 깨지 않으셨다. 원래 그런 사람은 하나님이 부르셨기 때문이다. 우상 숭배자였던 이브라함은 원래 세상의 방법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이번엔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보라. 하나님은 그 외에도 아브라함이 행한 여러 가지 잘못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깨닫게 하셨다. 하나님이 쓰시기에 합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환경과 사건을 조성하시고 섬세하게 아브라함을 훈련하셨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비로소 약속의 하나님을 말할 때면 제일 먼저 그의 이름이 나오는 위대한 인물이 된 것이다. 모세와 다윗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은 하나님이다. 내가 현재 형편없는 상태에 있다해도 나를 부르신 하나님의 처음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부르심에 합당한 자로 세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삶에 개입하신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우리를 일방적으로 휘두른다고 생각지 마라.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연상하면 좋을 것이다.

아버지는 자식이 ‘이렇게 자라줬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식이 현재로선 그 기대를 모두 충족해 줄 수 없는 걸 알고 있다. 아이가 언제 기대수준에 이를지 지켜보는 아버지의 심정이란 자주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까맣게 타 들어가는 것일 게다. 그렇다고 자식을 윽박지르는 아버지는 없다. 하나님은 그런 아버지보다 더 자비로우신 아버지다. 그렇다면 명백하지 않은가. 현재의 나를 책망하는 대신 달라질 미래의 나를 기대하며 바라보시는 하나님 앞에서 더 이상의 좌절이란 없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은 하나님에게 초점을 맞추는 인생이야말로 가장 든든한 인생이라는 점을 핵심적으로 일러준다. 아울러 ‘자주 같은 잘못에 빠지는 자신이 보이거든 거듭 하나님을 바라보라’는 행간의 말로 절망과 좌절 속에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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