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로이드 존스의 회개 - 시편 51편 강해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강봉재 옮김 / 복있는사람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표적인 강해 설교가이자 저술가인 마틴 로이드 존스의 책은 그가 글의 주제로 삼은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정제하여 간절함으로 쏟아낸 결과여서, 그의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영적 각성과 헌신의 길로 들어서는데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1949년 10월 웨스트민스터 채플의 주일 저녁 강단에서 연속 4주에 걸쳐 설교한 내용을 모은 『회개』 또한 다윗의 시편 51편을 통해 참회란 무엇인지 돌아보고 참회에 이르는 과정과 결과에 관한 성경적인 관점은 무엇인지 깊이 조망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회개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연관지어 흠잡을 데 없이 정확한 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실제 삶에서 회개를 통한 죄사함의 은혜를 체험하고 있을까? 회개의 결과,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회복되었음을 느끼는가?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무언가 허전하고, 마치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살지는 않는지 묻고 싶다.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정과 육을 모두 못박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는 방식은 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초점을 맞춘 삶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매일 매순간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 그분을 깊이 만나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죄인을 부르러 오신 주님을 헛되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편 51편을 보자. 다윗은 밧세바를 범했다. 정욕을 채우기 위해 그의 남편 우리아를 죽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서도 한동안 그는 아무 일 없이 지냈다. 선지자 나단이 그의 죄를 지적할 때까지 그는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죄인이란 늘 그렇다. 죄의 심각성을 스스로 깨달을 수 없다. 다윗도 나중에서야 인정한 바와 같이 본성 자체가 죄를 그리워하고 죄짓는 것에 발이 빠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바울조차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라고 고백했을까?

하나님께만 범죄했다고 하는 통한의 고백을 보면서 회개는 우리가 답하듯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거룩하신 하나님이 죄를 그토록 미워하신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기꺼이 죄를 짓는 우리의 본성을 보면서 죄를 지은 후의 회개에 이르는 과정에서 정말 내 죄에 대한 뼈아픈 돌이킴이 없으면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그것을 다시 지을 개연성이 너무 높은 뼛속 깊이 죄인임을 알게 된다. 하나님이 그 죄 때문에 하나뿐인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죽게 하셨는데 어떻게 다시 그 죄 속으로 기꺼이 기어들어 가는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다윗의 철저한 고백이 돋보이는 시편 51편은 그래서 우리에게 단순하게 알고 있는 회개의 엄중함에 대해 찌르는 칼과 같이 다가온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린도전서10:12)는 말씀과 같이 지식적인 믿음이 오히려 하나님과의 관계를 막는 악한 도구로 쓰이는 법이다. 회개하기만 하면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사야서1:18)이라는 말씀대로 조건 없이 죄사함을 받는다. 하지만 여기서의 회개란 하나님이 죄를 미워하시는 만큼 나 또한 그 죄를 정말 미워하지 않을 수 없으니 다시는 하나님이 그토록 미워하시는 죄의 길에 들어서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로부터는 선한 것이 나올 수 없으므로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의를 덧입어야 함을 아는 것이다. 그것이 없다면 또 다시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고 죄를 짓게 된다.

저자는 회개를 단계별로 구분해 놓았다. “첫 번째로, 그리스도인은 삶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참모습에 눈을 뜹니다. 그는 제정신이 들면서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죄를 지었는지 깨닫습니다. 두 번째로, 그리스도인은 용서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죄를 지은 하나님께로 방향을 돌려 그분의 자비에 모든 것을 맡깁니다. 세 번째로,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거듭나며 새로운 성품을 입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회개는 철저한 돌이킴이 수반되는 강력한 자기 확인이다. 어쩔 수 없는 죄인이라는 자각이야말로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동인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하나님의 성품을 따라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성령을 좇아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갈라디아서5:16) 육체의 욕심을 거스를 힘이 내게 없다는 철저한 자기 인식이 선행돼야 성령을 좇는 것이 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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