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참 부러웠습니다. 딴것이 부러운것이 아니라 딸이 읽을 책을 골똘히 골라주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점이요.

저는 어릴때부터 무척 책을 좋아했습니다. 가족외에는 아무도 안 믿지만 학교에 들어가기 전(저희때는 유치원이 거의 없었습니다)저 혼자 한글을 배웠을 정도로 글을 좋아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제 부모님이 그걸 이해 할 없어 했을 뿐입니다. 7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나 초등학교도 겨우 다닐수 있었던 엄마와 자기 자신외에 그 누구에게도 무관심했던 아버지는 제가 책을 좋아하는걸 알았지만 이해는 해주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 당시 저희가 그럭저럭이라도 살았다면 공부하라며 사주셨을지 모르지만 저희 집안은 어려웠거든요. 초등학교때 계몽사에서 나온 책 반 질이 제가 가진 책의 전부였습니다. 왜 반 질이냐고요? 그 당시 계몽사에서는 한 질을 다 사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반씩 나눠서 반 질씩 파는 제도가 있었거든요. 그 책 뒤로 한 번도 책을 사주지 않으셨습니다.

중학교때 학교에 교양서적을 팔러 온 분이 있었습니다. 너무 사고 싶어서 신청을 했죠. 요즘 돈으로 치면 크지도 않은 금액. 6천원씩 6개월을 나눠내는거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6천원이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희 집이 그 정도로 어려웠을뿐이죠. 그 외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조금씩 보거나 헌책방에서 서서 보거나 했지만 그것도 어려웠습니다. 요즘같이 큰 책방이 드물던 당시에는 초등학생이 들어가서 서서 책을 볼수 있을만큼 마음 좋은 책방주인이 없었거든요. 학교 도서관이란 형식 뿐이었고 그나마 다 떨어져가는 책조차 대출을 해주지 않아 몰래 가져다 보다 들켜서 크게 곤혹을 치른 일도 있습니다. 이제 다 과거의 일이고 제 돈으로 제가 원하는 책 사볼수 있는 형편이지만 전 아직도 그 시절의 일들이 상처입니다.

제 주위에는 책을 읽는 사람이 제 뿐입니다. 제 동생들도 책을 읽지 않습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구요. 그 사람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게 아닙니다. 보험회사와 증권회사에 다니는 제 친구들은 공부로 치자면 지금도 저보다 훨씬 많이 합니다. 다만 순수하게 즐기기 위해서 책을 읽지는 않을뿐이죠.

제가 가끔 동화를 사본다던가 팝업북을 사본다는 말을 하면 변태냐며 비웃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게 친구 맞어? 하는 생각이 드는 친구죠. ㅋㅋ

이 나이에 동화가 크게 재미있다기보다 어린 시절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인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가슴 아팠습니다. 그 시절의 제가 너무 안되서요. 솔직히 이 책에 소개된 책들 그럭저럭 반 정도는 저도 읽어본 책들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기 위한 고군분투를 누가 알까요. 책 있는 친구 집에서 구박받으면서, 때로는 몰래 숨겨서 보던 그 시절. 나쁜 일을 하는것도 아니고 누구나 권장하는 책을 읽기 위해 그렇게 고생했다는걸 누가 알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시절의 제가 아직도 크지 않고 그대로 있는것이 느껴졌습니다. 책에 대한 갈망으로 목말라하던 어린 제가 뒤늦게 크지도 않고 제 안에 그대로 남아서 이렇게 외치고 있더군요. 더!더! 하고요.

오늘 오랜만에 책을 정리했습니다. 이미 책으로 포상태인 방의 상태를 어떻게 개선시켜 보고자 오래된 책은 버리고 읽지 않는 동화책은 친구 아이들 주려구요. 근데 그게 참 어렵더군요. 무려 3시간에 걸쳐 정리를 했지만 버린 책은 몇 권 되지도 않고, 책 무더기는 머리맡에서 발 밑으로 이동했을뿐입니다. 제 안의 있는 책에 대한 탐욕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옛날만큼, 어릴 적 그 때만큼 많이 읽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읽고 싶은 욕망보다 가지고 싶은 욕망이 더 커진게 언제부터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슬플줄은 몰랐습니다. 괜히 서럽고, 슬프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어린 시절의 상처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가는가 봅니다.

 
덧글. 책 소개는 한 줄도 없는 리뷰가 되버렸네요. 읽는 내내 딴 생각으로 가득해서 책 내용보다 다른 생각을 더 많이 한것 같습니다. 책 내용은 아주 좋습니다.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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