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인간과 동물도감이라는 제목을
보고 생물학에 관한 책인가 하고 봤는데 뜻밖에 에세이집이라기에 호기심이 들어서 산 책입니다. 산 김에 다른 에세이집 아버지의 사과편지도 같이
샀구요.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드라마를 위한 취재여행중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더군요. 그래서인지 책 내용중 비행기 공포증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웬지 심란하달지 싱숭생숭 하달지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에세이집이니 그저그런 잡다한
글입니다. 그 중 많은 내용이 가족,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내용에서 아버지에 대한 비중이 특별히 높다기보다 웬지 작가의 글
전체의 배경에 이버지에 대한 애증이 묻어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웬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것처럼 느껴집니다. 정작 따지고 보면
분량면에서는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만.
이 글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어딘지
한심해 보이는 모습이 많습니다. 자신의 컴플렉스를 아내와 아이들에게 푸는 남자, 때때로 폭력도 쓰는 남편, 결코 좋은 아버지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짠하게
가슴을 울리는 모습이 있습니다. 힘든 세상살이, 고된 사회생활, 녹록치 않은 삶을 온 몸으로 벼텨낸 사람에게 느껴지는 그런 연민과 가슴 찡한
감동이 있습니다.
분명히 한심한데 그 한심함이
사랑스럽달지 가엾달지 하는 그런 감정을 일으키더군요. 저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던 관계로 아버지가 등장하는 에세이에 그닥 공감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글로 쓸때는 대개가 아주 훌륭한 분일 경우니까요. 그런 글을 읽으면 웬지 흥, 그래 너
좋겠다-싶은 질투와 진짜 아버지랑 이런걸까-하는 의구심이 동시에 들어서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데 이런 어찌보면 한심한, 그리고
현실적으로 저희 시대의 보통
아버지에 가까운 이런 얘기
좋더군요. 좋은 얘기보다 이런 한심함이 더 심금을 울리더란 말이죠. 역시나 청개구리 심보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