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턱하니 탐정이라고 나와있지만 실제 탐정이라고 하기는 애매합니다. 탐정 면허가 있는것도 아니고 탐정 사무실을 운영하는것도 아니고 탐정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도 않습니다. 거기다 하드보일드 탐정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하는짓은 영 맹탕입니다. 낮에는 뒷골목 불법도박으로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밤마다 시내의 바를 돌아다니며 술이나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게 주 업무죠. 그 틈틈이 어쩌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의뢰하는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는데 대개는 본인이 얻어터지는걸로 마무리 되기 일쑤입니다.
유머 하드보일드라고 장르소개에 나와있는데 이상한 말이긴 하지만 이 책은 그 장르가 맞는것 같습니다. 사실 하드보일드는 유머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야죠. 거친 사나이와 어딘가 고독한 그림자 등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탐정은 그런게 없습니다. 하드보일드 탐정마냥 쫙 뻬입고 다니지만 실상은 허당끼 가득한 양아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몹시 인간적이죠. 어딘지 2% 모자란 인간적인 면이 이 책의 매력같습니다.
유머라고 하지만 주인공의 허당끼가 약간 우스울뿐 사실 사건 자체는 몹시 우울한 사건입니다. 죽지 말았어야 할 좋은 사람들이 죽고 사건을 해결해봤자 남은 사람들의 상처는 고칠수 없습니다. 작품 전체에 감도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사건 자체는 참 씁쓸한 느낌을 줍니다. 극악 무도한 살인자가 나오는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이 가해자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타인에 대한 무감각함,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현대 사회의 무자비함, 이런 것이 이 작품을 하드보일드하게 보이게 한다고 봅니다.
덧글. 평을 좀 더 하고 싶었는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군요. 새 직장에 들어간지 이제 일주일. 내일 아니 오늘 아침이면 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데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이번 직장은 누가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유달리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직장이란게 좋아서 가는건 아니고 월요병이야 누구에게나 있는것이고 월요일에 출근하기 싫은게 처음도 아닙니다. 이제 일주일 됐을뿐, 누구도 내게 뭐라는 사람도, 나쁜 일도 하나도 없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고 싫은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