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여사하면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일본작가입니다. 그런데 전 개인적으로 이분의 현대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표작으로 모방범이 있는데 물론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전 이런 얘기 질색입니다. 뉴스도 아닌데 지나치게 생생하게 현실적인거 좀 싫더라구요. 제가 소설을 좋아하는건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서거든요. 근데 이 소설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 합니다.

추리소설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주제에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추리소설은 스포츠같은겁니다. 피해자는 탐정이 추리과정을 밝히기위한 일종의 장치인거고 제일 중요한것은 트릭이죠. 도대체 무슨 방법을 써서 교묘하게 살인사건을 가릴것이냐는 범인과 탐정과의 두뇌싸움. 그런데 비해 이 작품은 현실의 살인사건을 다루는거나 다름없습니다. 아무 의미없이 죽어간 범인과 범인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한 카타르시스도 느낄수 없는 사건.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는 그대로이고, 범인을 잡아봤자 큰 위로가 되지도 않고 큰 의미도 느낄수 없는 사건. 그래서 전 미미여사의 현대물은 잘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위 미야베월드 2막이라는 시리즈로 나오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 시대물은 참 재미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즐거워요. 이 시대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결코 훌륭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높다고 해봤자 하급무사이고 대부분은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평민들입니다. 그런 사소한 사건들을 이러니 저러니 해결해 나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참 보기 좋아요. 기이한 사건이야기를 좋아해서 더 좋아하는데 이 두 권에는 귀신이나 원령등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순시관인 이즈쓰 헤이시로와 그의 조카 유미노스케입니다. 헤이시로는 하급무사로 거리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지만 그저 건들건들거리며 무사태평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없는 관계로 상인집으로 시집간 둘째 동서의 아들을 양자로 들일까 하는데 그게 유미노스케죠. 근데 이 아이는 머리도 무척 좋은데다 깜짝 놀랄만큼 미남입니다. 여자가 꼬이는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라도 꼬이는 이른바 마성의 소년(ㅋㅋ)이죠. 이 둘이 콤비로 사건을 해결하는게 이 두 시리즈입니다. 실제로 등장인물도 거의 같고, 줄거리 자체도 연결되는 구조기 때문에 세권이 한 세트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어린 유미노스케가 너무 크게 활약을 하는것으로 나오고 그에 비해 이모부이자 실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헤이시로가 오히려 어기적어기적 따라만 다니는걸로 나오는게 약간 발란스가 안맞는다는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만 어차피 이 두 콤비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더 재미있거든요. 고단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평민들이야말로 이 책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과연 유미노스케가 정말 헤이시로의 양자가 될지 뒷 이야기가 더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추리실력으로 보자면 자격은 충분하지만요.

 

덧글. 다만 좀 걸리는건 말이죠. 살인자가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얼간이의 살인자도 유야무야, 하루살이에서도 진짜 살인자는 유야무야 돈으로 빠져나갑니다. 둘 다 큰 상회에서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고 말죠. 이 시대의 인권이라는걸 생각할때 현대와 같은 재판체계를 기대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돈으로 스리슬쩍 빠져나가는건 좀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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