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책 4권을 한꺼번에 줄줄이 봤습니다. 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대체로 즐거운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좋아하는 편인데 한가지 예외는 한국에 사는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깁니다. 한국은 길고양이가 살기 무척 어려운 나라죠. 아니 모든 동물들이 살기에 너무나도 어려운 나라긴 합니다. 특히나 한국사람들은 고양이를 대체적으로 싫어합니다. 아니 미워한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본인들의 삶에 별 폐를 끼치는것도 아닌데 무슨 괴물이라도 보는듯이 싫어하거든요.

이 책 작가분이 책표지에 이런 글을 썼더군요.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라고. 저도 그렇습니다. 어쩌다 개를 키우게 되서, 어쩌다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서, 어쩌다 동네 길냥이들이 눈에 띄여서. 그래서 지금 전 길냥이 8마리 정도의 사료를 주고 있습니다. 가끔 캔이나 소시지, 닭삶은 국물이나 뼈같은걸 주다보니 요즘은 아예 사료 안먹고 맛있는거 달라고 조르기까지 하면서 유심히 쳐다만봐도 도망만 치는 얌체같은 녀석들이죠.

근데 이거 은근히 눈치보입니다. 아파트도 아니고 개인 주택인데다 동네 자체가 약간 시골스러워서 크게 뭐라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그래도 두어명이 잔소리를 하거든요. 요즘 새로 이사온 아주머니 한 분이 특히나 큰소리를 칩니다. 고양이가 집마당에 똥을 싼다면서. 근데 텃밭도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고양이가 똥을 쌀것 같지는 않은데 증거가 없으니까요. 사료 안주면 쓰레기 봉지 뜯어서 오히려 동네 더러워진다고 했더니 굶어 죽게 내버려 두라더군요. 기가 막혀서 사료 안줘도 굶어 죽지는 않아요. 설마 굶겠어요. 뭐라도 먹겠지-라고 한마디 했더니 그 이후부터는 저한테는 데놓고 뭐라지 않는데 고양이들한테 뭐라고 합니다.

그래도 책에 나오는 시골사람들마냥 쥐약을 놓지는 않습니다. 성격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거나 시체를 치울 자신이 없거나 둘중 하나일겁니다. 눈치 보면서 사료 주다보면 내가 왜 이런짓을 내 돈 주고-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유기견 입양 미션을 할때 이윤석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인류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도덕적 권리와 공감의 확대라고 말이죠. 전 고양이나 개를 먹는걸 특별히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돼지나 소는 뭐겠습니까. 차라리 먹기 위해 죽인다면 그건 정당한 일이죠. 하지만 단지 가죽이 필요하거나 텃밭을 파헤친다는 정도의 이유로 죽인다는건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요즘에야 인조가죽도 좋은데, 다른 따뜻한 옷도 많은데, 굳이 가죽을 벗길 필요가 없잖아요. 먹을게 없어서 죽는 시대도 아닌데 텃밭에 기르는 채소 조금이 그 짐승들을 죽여야 할 정도일까요. 어여쁜 눈동자와 귀여운 사진을 보면서도 너무나도 씁쓸하고 마음 아픈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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