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좋아서 산 책입니다. 생각이 나서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요. 하지만 읽어보니 완전 실패. 안샀아야 할 책입니다. 시도 아니고 산문도 아니고. 정말 제목 그대로 생각 나는데로 끄적끄적거린 글들이더군요. 저는 이렇게 시도 아닌 주제에 줄거리도 없이 애매하게 쓴 글들을 싫어하거든요. 에세이집도 줄거리가 없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그건 주제에 맞춰 쓴 글인데 주제도 없고 줄거리도 없고. 읽다가 집어치웠습니다. 전에는 이렇게 마음에 안드는 책도 일단 샀으면 화를 내면서도 끝까지 보고는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른 좋은거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이 책은 좀 애매했습니다. 전 다른 모든 취미나 활동을 책으로 대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스포츠도 여행도 심지어 음악까지도 직접 하거나 듣는것보다 그에 대한 책을 읽는걸 더 좋아하거든요.
이 분은 전부터 공연문화에 대한 글을 쓰시던 분인데 메일로 그걸 받아봤었거든요. 그때 읽은 글들이 너무 좋아서 책으로 산건데 웬지 책이 되니 조금 느낌이 다르더군요. 블로그등에 글을 쓰다가 인기가 있어서 책으로 만들어질 경우 웬지 블로그로 볼때와 달리 책이 되면 약간 재미없어지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경우더군요. 메일로 받아볼때는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책이 되니 약간 감상이 너무 단편적이고 별로 건질게 없단 느낌이랄까. 뭔지 부족해 보이더군요. 좀 더 길고 전문성이 가미됬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공연이라고는 10년째 안보러 다니는 제가 평가를 한다는게 좀 우습기도 합니다만. 제 느낌은 여튼 그랬으니까요.
이 책은 꼭 살 생각이 있었던 책은 아닙니다. 전 책을 되는데로 사는 편인데다 작가 이름보고 책 사는것도 귀찮은 지경인데 번역자 이름까지 확인해서 책을 사지는 않거든요. 물론 번역작품의 경우는 원작못지않게 번역자의 솜씨가 중요한것도 알고있지만 번역가가 마음에 안든다고 그 책 안사볼것도 아니고 하니까 그냥 안보고 사거든요.
단지 저도 일본어를 배우면서 한때 번역을 잠깐 알아본적이 있어서 그때 생각이 나서 산 책입니다. 제가 볼때 번역에게는 3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외국어 실력(이건 기본이죠) 둘째는 유려한 한국어 실력(이게 진짜 중요하죠) 마지막이 출판사와의 연줄입니다. 제가 일본어 배울때가 벌써 한 10년 전인데 이런 업계가 알고보니 공채로 사람을 뽑는것도 아니고 자격증 보고 뽑는것도 아니고 대부분 연줄로 소개받아서 사람을 뽑더라구요.
이 책의 저자 본인도 자신의 번역 인생에 운빨이 상당하다고 할 정도로 첫 시작점에서 출판사와 아무런 연줄이 없을경우는 시작 자체를 하기가 힘들더라구요. 물론 노력하면 안된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엄청 힘들더라 이거죠. 이제와 말해봤자 변명같기도 한데 지방대에 일본유학도 안다녀온 사람이라면 학원강사자리도 잡기 힘들더라구요. 그 당시는 괜찮은 회사 다닐 시절이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만.
그런 생각에 재미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더군요. 역시 유명한 일본어 번역가답게 글솜씨가 좋으시더라구요. 당연한게 글 못쓰면서 번역 잘할리 없고, 일본어 번역을 오래 하셨으니 글솜씨야 인정받은거나 마찬가지인거죠. 처음에는 뭣하러 이런걸 샀담, 이제와 새삼 일본어 번역 할것도 아니면서 싶은 생각에 설렁설렁 봤는데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즐겁게 잘 봤습니다.
덧글. 마침 요즘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을 번역할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배로 즐겁더군요. 저도 일본서적을 많이 보다보니 번역하신 책들중 상당 부분을 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