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가 한창 미쳐서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고 사들일때 산 책입니다. 미쳤던게죠. 이 책을 읽으면서야 이 주인공이 디씨인사이드를 만든 사람인걸 알았는데 전 작년까지 디씨인사이드가 뭔지 몰랐거든요. 개죽이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그다지 즐기지 않은 탓에 이런 사이트들을 전혀 모르고 살았는데 작년에 이민호군에게 살짝 호감을 느끼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보니 디씨인사이드에 갤러리라는 곳을 처음 접하게 됬습니다. 이 책을 살 시점에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샀단 이 말인거죠.
표지가 모든것을 말해주듯이 감옥에서의 경험담입니다. 회사를 키워보고자 하다 사기를 당했지만 워낙 금액이 크고 회사 경영진이다보니 자신도 그 죄로 법정에 서게됩니다. 개인적으로 착복한것도 아니고 본인의 피해도 크고해서 집행유예로 풀려날거라 예상했는데 웬걸, 실형을 구형받고 바로 서울구치소로 이송됩니다. 항소를 하기로 한 후 풀려나기 전까지의 서울구칙소 생활을 일기로 쓴 책이더군요.
이걸 왜 샀을까 싶었습니다. 디씨인사이드가 뭔지도 모르고,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으며, 구치소 생활에 대해 호기심이 있는것도 아닌데요. 제목은 웃기게 썼지만 웃기지도 않거든요. 사실 구치소에서 지내는게 뭐 좋은 일이라고 웃기고 재미있겠습니다.
전반적으로 슬프다기보다 뭐랄까 측은이랄지, 안된긴 했지만 동정하기도 뭐한 그런 사람들이 등장하거든요. 구치소 생활이라는게 별게 있는게 아니니까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 사람들의 면면이 그렇단 말입니다. 큰 범죄를 저지를 사람도 아니고 악인들도 아니지만 결코 좋은 사람도 아닌 사람들. 불쌍하다고 볼수도 있는데 동정하기는 힘든 사람들. 어찌보면 한심한 사람들인데 이게 우습지도 않고 웃을수도 없는 그런 얘기더란 말이죠.
유식대장의 말처럼 죄는 짓을것이 아니란 생각은 했습니다. 더해서 감옥생활에도 돈이 있으면 더 편하다는거, 돈 없으면 살기 힘들다는거, 사회랑 별 다를것도 없더군요.
어느날 갑자기 뇌졸증을 겪으면서 글을 읽을수 없게된 작가. 글을 읽을 수 없다는건 평소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인데 직업이 작가라면야 더 말 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쓸 수는 있지만 읽을 수 없다는 황당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려 노력란 한 작가의 고난극복기입니다.
엄청난 노력과 고생이 뒤따르긴 했지만 작가는 결국 다시 책을 쓰게 됩니다. 지금도 책을 읽는데 엄청난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고요. 본인의 말대로 이제와 다른 일을 배우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또한 작가이기 때문에.
글을 못 읽는다는건 제게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간의 감각중에 중요하지 않은게 없겠지만 꼭 선택하라면 전 눈, 귀, 코, 미각 뭐 이런 순으로 중요도를 매기겠습니다. 왜냐하면 눈과 귀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사회생활에 바로 직격탄을 맞기 때문입니다. 냄새를 못맡거나 미각이 없어지면 삶이 아주 많이 무미건조해지겠지만 요리사나 조향사가 아닌 이상 사회생활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겉으로는 정상으로 보이니까요. 귀도 아주 중요하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면 할 수있는 일이 확 줄어듭니다. 많은 맹인분들이 지압사를 하는건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인거죠.
만일 제가 저 입장이라면-이라고 생각하니 오싹하더군요. 사회적 보장망이 약한 우리나라에서 더구나 절 부양해줄 가족이 없는 이 상황에서 저런 일이 생긴다면 전 당장은 아니겠지만 서서히 빈곤층으로 떨어지겠죠. 글을 못읽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란게 세상에 몇개나 되겠습니까? 설겆이나 청소 정도겠죠. 그나마도 읽을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읽을수 있는 사람을 쓸겁니다.
100년전만해도 문자해독율은 상위 몇 프로 정도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글이란 당연히 읽을수 있는 것이죠. 한국도 불과 수십년전으로만 가도 여자가 학교는 뭐하러 가냐고 그냥 집에서 살림할건데라는 말이 통하던 시대입니다. 저희 어머니도 그래서 초등학교도 겨우 나올수 있었다고 하셨죠. 활자 중독증에 서치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바뀐 시대를 살고있다는게 너무나도 다행스럽습니다. 책이 없어도 못살지야 않겠지만 지금처럼 풍요롭지는 않았을것 같습니다. 비록 제가 읽는 책들이 시간 떼우기용이나 오락의 영역일 뿐이지만 그래도 역시 이 책들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불행했을 겁니다.
덧붙임. 솔직히 두 권다 별로 재미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평이라고 쓸것도 별로 없네요. 둘 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책입니다. 웃기지도 않고 뭘 가르쳐 주는것도 아니고 감동이 있는것도 아니고. 책 못 읽는 남자는 조금은 감동적이지 않냐 싶지만 그다지 크게 와닿지는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