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입니다. 이 분 작품은 유머가 넘치는데다 수다스러움도 산뜻한 맛이 있어서 언제나 좋아하던 분입니다. 대단한 야구팬으로 야구에 대란 에세이도 쓰신 적이 있습니다. 그 작품이 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제가 읽어도 재미가 있어서 산 책인데 이건 실패입니다. 이 책은 아테네 올림픽에 가서 야구를 보고싶다는 취중 건의를 편집자가 받아들이는 바람에(라고 본인은 주장합니다)기획된 책입니다. 실제로 주로 야구경기를 본 내용이 나오구요. 그런데 확실히 같은 야구라도 자국팀의 대결과 국가대항전이라는건 전혀 다른 문제더군요.

본인이 알고 쓴건지 모르고 쓴건지 모르겠지만 지나칠만큼 뚜렸하게 애국심랄지...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지역색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일본 작가임을 알고 있고 또, 일본 책을 많이 읽지만 그런 책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 나 일본사람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그런 분위기가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올림픽이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국가대항전을 보다보니 애국심이 흘러 넘쳐 나온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그런 점이 제 레이다에 딱 포착되자 저도 모르게 난 한국 사람인데-라는 의식이 반사적으로 떠오르더라는 점이죠. 한 번 그 점을 의식하고 나니 그 문제에 완전 초연해질수가 없게 되더라구요. 작가와 같은 관점에서 책을 보게 되는게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써 책을 보게 되더군요. 즉, 일본에 지면 기뻐하고 일본이 이기면 웬지 기분이 좋지 않더라, 이 말입니다. 그 점이 거슬려서 도저히 즐겁게 읽을수가 없더군요. 지나간 올림픽, 솔직히 그 당시에는 금메달 몇 개인지, 이겼는지 졌는지 아무 관심도 없던 올림픽인데. 전 스포츠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국가대항전에도 큰 관심을 두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오랜 투쟁심이랄지 적개심이랄지가 제 안에도 분명히 존재하더군요. 제가 많이 좋아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요. 웬지 조금 씁쓸한 느낌을 준 책입니다.

 

 

 

 

 

 

 

 

 

 

 

이 책 역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책입니다. 실망했다는 뜻이구요. 물론 이 책은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산 책입니다. 독신여성의 나홀로 집짓기의 어려움-이라고 책 소개에 나와있죠.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도대체 뭐가 어렵다는 거니?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이모가 맨션 주겠다고 해, 그 맨션을 부모님이 가진 땅이라 바꿔준다고 해, 우연히 선 본 남자가 정말 좋은 건축가라 충분히 의논하며 자기 뜻에 맞는 집 지어줘, 이 과정에서 어려운건 딱 하나더군요. 바로 부모님의 반대인데 이 마저도 그렇게 강하지도 않습니다. 조금 반대하는듯 하다가 바로 땅 넘겨주시거든요. 현재 사귀는 애인이 없을 뿐, 든든한 가족에 좋은 직장에, 괜찮을 이력을 가진 누가봐도 부러워할만한 조건을 다 가진 여잔데 현재 결혼대상인 남자가 없어서 불만이더군요. 그러다 그게 집을 지으면, 자기만의 공간이 있으면 해결되리라고 믿고 집을 짓는다는 애긴데 뭐 어려운게 하나도 없이 술술 잘만 풀리더군요.

전 집을 지어보지는 않았지만 사서 리모델링은 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골머리를 썩으며 인테리어 업자를 욕하다 요즘까지도 생각나면 한번씩 저주를 합니다. 해달라는 대로 안해주지, 지들 맘대로 고치지, 알고 보니 새로 해야될것을 슬쩍 겉만 고쳐놓고는 돈 받아가지, 예산보다 자꾸 초과해서 이것도 해야된다 저것도 해야된다며 돈 달라고 하지 등등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죠.

그런데 그런 문제도 하나도 없더군요. 걍 자신이 결심만 하면 되더라구요. 그 결심을 못해서 어쩌나~저쩌나~ 하는게 문제의 전부. 첫째로 제일 중요한 돈. 이 문제가 사실은 제일 중요하며 또한 집을 짓는데 제일 걸림돌인 법인데 이점을 그렇게 크게 부각시키지 않은것도 그렇구요. 물론 건축서도 아닌데 문 하나에 얼마, 창틀에 얼마, 라는 말까지 나올거야 없지만 그 문제가 너무 슬~지나가더라구요. 대출이니 예산이니 하는 문제도 없이. 독신 여자가 대출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저도 그것때문에 좀 고생했거든요.

진짜 어려움이 뭔지 몰라도 한참 모르네싶은게. 맨 손으로 딴 사람 도움없이, 제가 십원 한푼까지 벌어서 그 돈 탈탈 털어서 집 사고, 수리해본 경험이 있는 저에게 주인공인 마리의 고민은 정말 있는집 아가씨의 투정쯤으로 들리더라구요. 현실이 아니라 동화구만 싶을 정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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