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좋죠.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말만 들어도 참 기분이 좋아지는 곳입니다. 한창 휴가철에는 너무 더운 나머지 여행갈 생각조차도 안들더니 찬바람 슬슬 불기 시작하니 오히려 어딘가 떠나기 좋을 때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도 겸해서 요번에 발굴한 책 중 하와이에 대한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책 자체는 참 예쁩니다. 사이즈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종이도 좋고, 작가가 그린 그림도 좋구요. 다 마음에 드는데 문제는 내용이 마음에 안드네요. 일단 한 챕터가 너무 짧습니다. 그림을 제외하면 내용이 A4 반페이지에서 한페이지 정도의 양밖에 되지 않는데 그나마 내용이랄것도 없습니다. 그냥 하와이 너무 좋아요. 힐로는 너무너무 좋아요-라는 말 뿐입니다.
하와이야 사실 레포츠를 즐기기 위해 최적화된 대규모 관광지이니 큰 자아성찰이나 깨달음을 기대하고 산 책은 아닙니다. 여행서에서 그런걸 기대하고 있지도 않고요. 적당한 흥분과 활기, 그리고 여행지의 기쁨을 책으로 나마 대리만족하고 싶어서 사는거죠.
그렇다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나 별 내용이 없이 좋다는 말로만 일관해서는 곤란하지 싶네요.
거기다 이 문체말인데요. 이 책의 경우는 문체가 아니라 어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냥 말하는듯이 쓰여져 있는데 마치 어린 여자애같은 느깜을 주더라구요. 약간 어리광부리는 젊은 여자애가 쓰는것 같은 어투가 책에서 느껴지더라는거죠.
전반적으로 책이 너무 가벼워요. 아무리 여행서라지만 이리 아무 내용이 없을수가-싶을 정도입니다. 사기 전에 약간 알아보고 사야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그때는 하와이라는 제목에 홀랑 넘어가서 그냥 사버렸네요.
산지 적어도 2년은 지난 책인데 이제야 봤습니다. 이 시점에서 약간 반성. 책이란게 사서 챙겨놓는 물건인건 아닌데. 그리고 내용을 보고는 2차로 반성. 제발 책 내용 좀 읽어보고 사자-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여행서나 애완동물 관련 서적은 웬만해선 실패하기 어려운데(웬만하면 재밌거든요) 이번에 읽은 책들이 연달아 실패네요.
책 내용이 어떻다는건 아닙니다. 애묘인으로써 자신의 고양이를 한껏 자랑해 놓았을 뿐이고, 저에게는 그다지 마음에 안드는 내용이었을 뿐이고, 보는 동안 약간 짜증스러웠을 뿐이고.
개를 기르는 사람에게는 없는데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신의 고양이를 숭배하는거죠. 자신의 개를 숭배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뭐, 애묘인들이야 개보다 고양이가 ~~~이런 말을 하면서 흔히 고양이를 개보다 우위에 놓고 있을뿐더러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사람보다 낫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반대가 고양이라면 질색인 분들이죠. 고양이가 무슨 해코지를 하는것도 아닌데 길가는 고양이한테까지 돌을 던지며 그런 짐승 왜 키우냐고 하는 사람들요. 이것도 참 이상한데 개에게는 이런 극단적인 반응을 하시는 분들 또 없거든요.
전 개를 2마리 키우고 있으며 우리 집에 오는 길냥이들 10마리 정도를 먹여 살리고 있지만 개와 고양이는 비교할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아름다움과 장점이 있는거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아니 사람보다는 동물이 좋아하기 훨씬 쉽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얘들이 사람보다 또 낫다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라고 쓸데없는 편견으로 미워하는 사람들을 매우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고양이를 숭배하는 사람도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하나, 자신의 고양이에 대한 끝없는 찬양과 숭배로 가득합니다.(사랑이 아니라 숭배예요) 이런식의 지나친 사랑은 좀 불편해요.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무슨 일이건 과한건 좋지 않다는게 제 평소 신조라서 말이죠.
작가분 본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애묘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책으로까지 낸것뿐이고, 사라고 강요한거도 아닌데 왜 태클이냐-고 할수도 있지만, 여튼 읽는데 좀 짜증스러웠습니다. 남의 고양이 자랑을 돈주고 들었단 말이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썩 유쾌한 책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