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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노라 에프런 지음, 김용언 옮김 / 반비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용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보고 제목 하나만 보고 산 책입니다.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 모두다 이런 판타지가 있을겁니다. 우주여행이라든지,날고 싶다던지, 해적이 되고 싶다던지, 뭐 이런것들 말이죠. 이른바 장래희망으로의 꿈이 아니라 진짜 꿈인거죠. 어른이 되면 이런 꿈들 다 버리고 살지만 한번씩은 다들 상상해보지 않나요? 만화 속의 주인공같은거, 슈퍼맨같은거 말이죠.
아마 우리가 어른이 되었다고 하여 세상의 모든 꿈을 버린다면 만화나 영화나 드라마, 아니 심지어 그 어떤 예술조차도 세상에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이란 우리를 꿈꾸게 하기 위해서, 현실에서 한발을 떼놓기 위해서 필요한거라고 봅니다.
그런 달콤한 생각을 하며 산 책입니다만 내용은 제목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에세이의 소제목으로도 같은 제목이 없더군요. 그래서 이게 어디서 나온 제목인가하고 책을 찬찬히 보니 내 사랑 미트로프에 나온 내용중에 하나더군요. 철들면 버려야할 판타지중에 하나가 바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일이라는 대목에서 딴것이더군요. 제목 자체만 보면 멋진데 문제는 내용하고 잘 어울리지 않아요. 제목을 잘못 붙인것 같습니다.
내용은 재미있습니다. 처음 확하고 흥미를 끌어당긴건 바로 그녀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와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을 쓴 극작가라는 점이더군요. 누군지 전혀 모른체 산 책이지만 그 사실을 안 순간 호감도 급상승.
로맨틱 코메디를 쓰는 극작가답게 내용도 통통튀는 매력이 있습니다. 비극조차도 과장되지 않게 멋지게 표현해내는 능력이 부럽더군요. 처음에는 제목과는 전혀 다른 내용에 살짝 실망스러웠는데 읽을수록 그 실망은 사라져가고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진지하게 내용을 알아본게 아니라 한순간에 제목에 꽂혀서 산 책이지만 그래서인지 더 만족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우연이 가져다준 만남이 있어서 서점을 돌아보는게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이런걸 빌미로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는 시간을 더 늘여서는 곤란하겠지만 말이죠. 요즘은 어째 책을 보는 시간보다 알라딘에서 노는 시간이 더 많은것 같습니다. 아니 회사에 있는 동안에도 집에 있는 동안에도 컴퓨터를 켜면 바로 알라딘과 네이버부터 기본으로 띄워놓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