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대적인 책 정리를 하여(그래봤자 고작 두어줄이지만) 쌓여있던 책무더기 중 일부를 정리했습니다. 그 중에서 재작년 회사를 그만둘때 산 이른바 위로용 책들을 드디어 밖으로 꺼낼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한 위로용 책들이란 11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며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장 아들한테 밀려 나간다는(그렇게 되기 전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사이가 좋지 않아 언젠간 벌어질 일에서 미리 회피한) 상황의 짜증스러움 등등에서 마음을 돌려보기 위해서 산 어찌보면 시덥잖은 책들입니다.

어차피 제 책들의 대부분은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시덥잖은 수준입니다. 소설이나 추리소설, 에세이, 여행집등등으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개, 고양이에 대한 에세이를 빙자한 사진집이나 여행서등등은 가장 머리를 비우고 볼수 있는 분야입니다. 고양이는 털알레르기로 키울수 없고, 개는 있지만 늘릴 생각은 없으며, 여행도 갈 생각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제가 전혀 할 생각조차 없는 분야의 책들이죠.

그러나 책을 챙기는 사이 밑에 깔려서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가 요번에 무더기로 발굴을 했습니다. 이 책들부터 얼른 읽어서 팔거는 팔고, 버릴것은 버리자는 야심찬 계획에 따라 지금 4권의 책을 동시에 보고 있습니다. 날씨가 서늘해지는것이 역시 책보기도 좋고 운동하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너무 갑자기 선선해져서 오히려 약간 뜨악한 느낌이긴 합니다만.

 

 

 

 

 

 

 

 

 

 

 

 

 

 

네가 있어 행복해와 고마워 시리즈. 책을 본 순간 이거 한 권짜리 두 권으로 억지로 나눴잖아-라는 생각과 함께 확 짜증이 나더군요. 더구나 두께를 볼때 그럴 필요도 없는 정도인데 가격을 높이기 위해 억지로 나눈듯 하더군요. 종이의 질도 좋고 전체가 사진으로 가득차긴 했지만 가격 역시 높은 편이구요. 이럴줄 모르고 산 책 아니다 싶어 짜증을 버리고 훌훌 넘겨봤습니다. 내용도 적고 사진도 무슨 예술성을 보이는 것도 아닌, 그저 동물과 동물간의 보기 훈훈한 사연과 모습이라서 아무 생각없이 쭉 봤습니다. 두 권을 동시에 보니 아무리 좋은 모습도 질린다는 점과 이런 책을 살 정도면 그때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두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내용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평소 이런 훈훈함 가득한 내용을 그다지 즐기지 않거든요. 동물들의 우정이라느니 하면서 호들갑떠는것도 별로구요. 아, 물론 귀여운 동물들을 보는건 즐겁지요. 그렇지만 제가 평소 특별리 좋아하거나 사서 보는 분야가 아니라는거죠. 사진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보는것만으로 미소가 나오긴 하지만 별 내용은 없습니다.

 

 

 

 

 

 

 

 

 

 

 

제가 평소 좋아해마지 않는 요괴나 귀신이야기. 왜 한국에는 이 분야의 책이 드문것이냐-는것이 저의 평소 불만일정도로 이상할만큼 한국에는 토종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적습니다. 팔백만의 신을 믿는다는 일본에 비해 유교가 강조되다보니 잡신이나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것이 풍습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고유의 요괴나 귀신,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는 참 드물죠. 그런 와중에 발견한 한국 작가의 귀신이야기라기에 혹해서 샀습니다만 약간 실망입니다.

첫째는 내용이 너무 짧습니다. 달랑 두 권으로 끝이라서 꼬리 잘린 고양이 북이가 떠나는 이야기도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고, 두 남여주인공이 자신의 운명과 그것도 아주 중요한 운명과 맞서는 모습도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더군요. 그 옛날에 먼 외국에서 한국까지 올 정도로 절실했던 사연인데 걍 말 한마디에 훅~받아들이고 칼질 한번에 홱~떨어져 나가더군요. 아직 이 분야는 일본 따라가려면 멀었다-는 (꼭 따라갈 필요가 있는 분야도 아니지만) 소감과 함께 아쉬움을 진하게 남기고 끝난 만화입니다.

 

 

 

 

 

 

 

 

 

 

 

 

스포일러가 엄청나게 나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교고쿠님의 책인데요. 썩 재미있지 않더군요. 소개글을 읽고 처음부터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아닌데 싶었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작가분의 책이라 샀습니다. 읽어보니 역시, 제가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더군요. 표지의 저 여성이 바로 여주인공이지만 살해된 상태라 타인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아사미양입니다.

이 책에는 총 8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살해된 아사미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며 그녀의 주위인물들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보고 다니는 겐지라는 남자. 그리고 이 겐지가 만나고 다니는 6명의 인물이 등장인물입니다.

아사미는 사회의 기본통념에서 보자면 매우 불행한 삶을 살다간 여성입니다. 본인은 별로 불행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나름 행복해-라는 소리를 하다 죽었죠. 나머지 그녀 주변의 인물은 그녀를 생각하기보다 자기 앞가림하기에 급급합니다.

겉으로도 멀쩡하지 않지만 속도 만만찮게 곪아있는 그녀의 어머니와 야쿠자 애인,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피해의식에 가득찬 그녀의 직장상사와 이웃집 여자, 겉으로는 제법 유능하고 사회 통념으로 보기에는 생각도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닌 그녀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과 국선 변호사. 이들을 돌아다니며 만나면서 머리도 나쁘고 어쩌고를 반복하면서 사람들에게 실례되는 죽지 그래라는 소리나 하고 다니는 무직의 살인자 겐지. 죽지 그래라는 소리에 그럴까, 죽어버릴까 라면서 선뜻 죽어버린 아사미와 죽여달랬다고 진짜 죽여버린 겐지가 제일 이해못할 사람들이더군요.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 사회 어디에서나 만날수 있는 보통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일일이 죽어버리라고 해서야 세상 사람의 절반은 죽여야 할텐데 싶더군요.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꿋꿋이 버티며 남탓하지 않고 이만하면 됐지라면서 열심히 살수있다면 좋은 일이죠. 하지만 사람이란 약한 존재입니다. 어쩌다 한번의 실수로 돌아올수 없는 지경까지 삶이 망가질수도 있는거고, 어어~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휘말리기도 하는거고, 그렇게 살다 안되며 남탓도 하고 세상탓도 하면서 이 악물고 사는거고. 그런게 보통사람인데 그런 사람들한테 잔인하게 구는것,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을 보면 짜증나죠. 하지만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봤을때 그러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조금쯤은 찌질하고 대부분은 보기 흉한게 사람 아닌가요. 그걸 마구 파헤치면서 봐봐~얼마나 보기 흉한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저는 싫거든요. 이 작가분의 다른 책들도 그렇게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가득찬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은 좋아할수가 없더군요. 너무 적나라하다는 느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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