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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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시 추리소설의 고전이라고 할만한 도로시 세이어즈의 피터 웜지경 시리즈의 맹독입니다. 여류추리작가인데 솔직히 그다지 큰 조명을 받고있다고는(적어도 한국에서는요) 말하기 어려운 작가입니다. 추리소설 진짜 좋아하는 저도 별로 많이 들어보지 못했던 작가인데 시공사에서 시리즈로 발간을 하더군요.

첫 권인 시체는 누구?가 제법 재미있길래 나올때마다 구매하고 있는데 문제는 시체는 누구?가 곧 절판되고 다른 판본으로 재발간되었다는 점이 마음에 좀 안듭니다. 책 디자인인 달라져서 같은 곳에 둘수가 없어요. 제가 산 판본은 훨씬 작은 사이즈거든요. 같은 출판사에서 발간하면서 이렇게 판본을 바꾸다니... 화가 납니다. 그렇다고 같은 책을 계속 살수도 없는데.

울 나라 출판사들은 이런 점에서 독자들에게 참 불친절 한것 같습니다. 나름의 사정이 있음은 알고 있지만 같은 출판사에서 발간하면 일관성을 갖춰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시리즈를 모으는데는 그 책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디자인도 무시할수 없거든요. 예쁜 디자인의 시리즈가 같은 책장에 쭉 놓여져 있는걸 보는것도 분명히 큰 기쁨인데. 그런 기쁨이 없으면 그냥 e북으로 사지(훨씬 싸고 보관도 간편한데) 누가 굳이 책이라는 형태로 구매하겠습니까. 책의 형태, 그 모양과 보여지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종이책을 끝까지 지켜갈 사람들인데.

시리즈로 구매하다 절판되고 다시 디자인만 살짝 바꿔도 재발간되고 그것마저 절판되고 하는 일이 많다보니 이젠 시리즈를 모으기가 두렵습니다. 더 화나는건 절판된것도 아닌데 첫 권 발간했다 인기 좋아지면 책이 모양이 확 바뀌어서 가격이 오른채 다시 나오는 일이죠. 책꽂이에 꽂을 때를 좀 고려해서 책을 디자인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죠. 다양한 판형의 예쁜 디자인이 늘어가는게 좋기도 하지만 적어도 같은 작가나 시리즈같은 경우는 같은 모양으로 좀 만들어주면 합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는데 이 피터 윔지경 시리즈는 약간 시시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명작들에 비해서 - 소위 셜록 홈즈나 반 다인같은 시리즈에 비해서 그렇게 트릭이 정교하거나 추리가 꽉 짜여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책의 1/3 정도면 추리소설 좀 봤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범인이 누군지 알것 같거든요. 2/3정도 지나면 범인이 누군지 등장하는데 나머지는 그 범인의 범행을 입증하는데, 즉 증거를 수집하고 범행수단을 밝히는데 쓰입니다.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굴까 하며 손에 땀을 쥐게하는 범인과의 추리싸움이나 두뇌싸움은 전혀 없습니다. 즉 긴박감이나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트릭의 정교함도 약간 떨어지고 심지어는 주인공의 캐릭터도 그렇습니다.

이 피터 웜지경 역시 다른 아마추어 탐정들처럼 부자에 머리는 좋아서 재미삼아 경찰을 돕는답시고 살인사건에 코를 들이미는 타입입니다. 이 시대의 추리소설은 약간 이런 탐정들이 많이 등장하죠. 재미로 살인사건에 끼어들기. 반드시 경찰 내부에 친구나 친척등이 있어서 그 친구를 돕는다는 구실이 붙을것 등등. 그런만큼 약간 재수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점을 캐릭터의 매력이 커버해야 하는 데 그 매력이 약간 약합니다. 그렇게 뛰어나 보이지도 않고 특별해 보이지도 않고, 어찌보면 흐물흐물해 보이기까지 하죠. 물론 주인공이니 당연히 추리는 막판에 성공합니다만 눈에 확 띄는 매력을 꼽기는 참 어려운 주인공입니다. 똑똑하고 교양도 많다고 하지만 파일로 번스처럼 작중에서 그런 똑똑함을 마음껏 자랑하는것도 아니고요.

더구나 이 책에서는 법정에서 범인으로 선 처음 본 여자한테, 그것도 그 여자는 말 한마디 한 것도 아닌데다 심지어 절세미인도 아니라는데, 홀딱 반해서 부지런히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제 돈 써가며 사람 써서 증거를 모아서는 그 여자를 위해서 동분서주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구해주겠다며 청혼까지 하더군요. 교도소에 있는 여자한테. 그 여자가 뭐라고 대답할거라고 기대한거니? 라고 묻고싶어지더군요.

어찌보면 심심한듯한 내용인데 그 심심함이 또 매력인 책입니다. 별로 머리 쓰지 않고, 손에 땀을 쥐거나 하지 않고, 실실 웃으면서 읽을수 있는 점이 매력이죠.

특히나 이번 권에서는 피터경이 고용하고 있는 여성분들과 번터의 활약이 큽니다. 번터는 종종 피터경의 추리활동에 도움은 주지만, 이 나이든 여성분들의 활약이 재미있어요.

명작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모자란듯한, 고전이라기에도 조금 뭐한듯한 책이긴 한데 나름 재미가 있어서 발간될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사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산지 2년만에 읽게 되긴 했지만요. 이게 발간된지 2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이니 다음 권이 나올때가 된것도 같은데 얜 어떻게 지속적으로 발간이 되려나 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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