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이라는 유명한 일본 영화, 다들 제목쯤은 들어봤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쉘 위 댄스에 이어 절 두번째로 혹하게 만든 일본영환데 정말 아무 사건도 없는데 뭔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영홥니다. 물론 실제보다 판타지에 더 가깝다 싶은 분위기가 있긴하죠. 근데 이 영화 원작 소설 보신분 있으신가 모르겠네요. 전 봤는데 솔직히 좀 실망했거든요. 물론 영화를 먼저 봐서 그 이미지에 구애되서 그런것도 있긴 하겠지만 원작은 너무 내용도 짧고 시시하더라구요. 영화에서 느껴지던 그 특유의 잔잔함과 따뜻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실망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제목에 혹해서 산 책인데 실망까지는 아니지만 크게 감동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솔직히 카모메 식당이랑은 전혀 상관도 없는 얘기라서 이거 책 팔려고 장삿속으로 만든 제목 아니야? 싶은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말하자면 설정은 그 영화에서 착안했다 이건데, 겨우 이정도 가지고? 란 말이죠.

앞부분만 보고는 여행기인줄 알았는데 보니 인터뷰집이더군요. 프톨로그 부분에는 작가가 직접 핀란드의 카모메 식당을 찾아가 보는 이아기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뒷부분은 인터뷰 즉, 작가의 의도로는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처럼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여자들을 만나본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을 보고나면 항상 애매한 기분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부러운데 그렇다고 그렇게 살고 싶냐고 물으면 또 제 대답은 아니오거든요. 대단하다면 대단한데 부럽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란 말이죠.

게중 한 여성분이 직장을 그만둔 사연에 이런 얘기가 나오더군요. 아침에 출근하면 점심시간만 기다리고 점심시간이 끝나면 퇴근시간만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는게 너무 싫었다고 말이죠. 근데 이거 저도 마찬가지긴 하거든요. 오전 중에는 점심시간이 낙이고 그러고나면 퇴근시간 기다리고. 그렇다고 그런게 너무 싫나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싫을때도 있지만 재미있을때도 있고 대부분은 그냥저냥이고. 말하자면 이 그냥저냥이라는 상태가 문제인것 같습니다. 이 여성들은 그 생활이 참기 힘들만큼 싫었다던가 해서 새 인생을 찾은게 아니라 그냥저냥이라는 상태가 싫어서 새로운 일을 찾아나선 사람들입니다. 근데 저는 이 그냥저냥이라는 상태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거든요. 인생의 90% 정도는 그냥저냥이고 이게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저란 사람인데 이 그냥저냥이 너무 싫어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로 새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은 기분이 묘합니다.

이런 상태가 그렇게 나쁜것일까? 뭔가 꿈을 찾아서, 가슴떨리는 일을 찾아서 새 인생 시작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럴때는 저도 한번 생각해보죠. 뭘 한번 해볼까? 제가 좋아하는건 명확합니다. 책과 술이죠. 이외에는 제 인생에서 그다지 좋아하는 일이 없습니다. 근데 이걸로는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습니다. 술 좋아한다고 술집할수는 없는 노릇이고, 책 좋아한다고 책장사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괜히 마음은 심란한데 길은 없고. 좋아하는 것은 있지만 좋아하는 일이 없다는건 참 애매한 일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일로 치완되는건 아니데.

이제 그런 일에 많이 심란해 하거나 마음 상해하던 시기는 끝났지만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을때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꿈이 없다는건 나쁜 일일까? 이걸 꿈이랄지 장래희망이랄지 모르겠지만 뭔가 미래에 이러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의식이 없다는게 이상한 일일까요?

전 되고 싶은 사람은 있습니다. 사소한 일에 마음 상해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한테 상처주지 않는 사람, 환경 운동가는 아닐지라도 환경을 항상 생각하고 염두에 두는 사람, 가능한 세상에 피해주지 않고 약한 존재들에게 힘이 되어줄수 있는 사람, 크고 담대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근데 이런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런 종류의 꿈이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일 가까운 일은 도서관 사서인데, 실제 도서관 사서는 책 볼 시간 없잖아요. 읽지도 못할 책에 하루종일 쌓여있다는건 악몽일것 같고, 요즘 세상에 책방해서는 입에 풀칠은 커녕 굶어죽기 십상일테고. 읽고 나서는 또 괜히 마음이 흔들려서 하루종일 이 생각 저 생각에 심란하더라구요. 어떤 의미에서는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다는것 자체가 참 부러운일인것 같습니다. 뭘 할래도 할게 있어야 할거 아니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다들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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