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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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야 사바렝이라는 사람이 했다던가요, 네가 먹는 것을 말해주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겠다는 말을.

이 책을 읽고는 그 말을 실감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씨는 좀 이상한 작가분인데 뭐가 이상하냐면 이 분의 글은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닙니다. 한 80%정도는요. 그런데 한 20%정도는 깜짝 놀랄만큼 제 맘에 들거든요.

이 분의 글을 읽을때마다 약간 서글픈 느낌이 듭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 추운건 아니지만 웬지 등이 썰렁하달지 스산하달지 하는 느낌을 주는 글이라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두어편 정도는 정말 마음에 든단 말이죠.

그래서 항상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사게되는 작가분인데 이 책을 보니 약간 그 점이 이해가 가더라구요. 이 책은 자신의 생활을 - 주로 음식관련된 생활을 쓴 에세이집인데 식생활을 보니 전반적으로 나랑은 다르구나 싶은 분이더라구요. 근데 한 두 부분은 정말 저랑 똑같은, 공감가는 이야기가 적혀 있더군요. 역시 싶더라구요. 이런 점은 나랑 정말 안 맞고 이런 점은 나랑 맞구나 싶어서요.

가장 다른 점은 작가소개의 사진에서 보면 알수있듯이 굉장히 마른 분인데 식생활을 보니 알겠더라구요. 이렇게 먹으니 날씬할수 밖에. 저녁을 제외하고는 순 과일만 먹고는 하루를 보내더군요. 과일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과일만 먹고 어떻게 힘을 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밥의 탄수화물이나 과일의 당분이나 몸에서는 거기서 거기인지 몰라도 든든함이 다르잖아요. 그깟 과일쪼가리나 먹고 어떻게 이 힘든 직장생활을 하라는거야라는게 제 솔직한 심정이라서.

거기다 하루의 시작을 두 시간짜리 목욕으로 한다는 점도 그렇고요. 제게는 목욕이란 언제나 하루의 마감입니다. 목욕이란 파이팅이 아니라 릴렉스잖아요. 하루를 마치고 늘어질때나 하는거지 하루의 시작으로 삼기는 심히 이상하다고 보거든요. 더구나 2시간이나. 그러고 나면 피곤해서 일이 되나 싶더라구요.

그런데 특별한 날이나 여행지에서의 외식을 말할때는 이런 점은 나랑 같네 싶더군요. 여행을 가서 오랜만에 과식을 한 후의 느낌이나 특별한 저녁식사같은 이야기는 저랑 취향도 맞고 느낌도 같고 해서 이런건 또 코드가 맞네 하면서 봤습니다. 이 점이 바로 제가 좋아하는 20%이고 일상은 전혀 저랑은 다른 분이더군요. 극과 극이랄수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에서는 저랑 하나도 맞는 점이 없더군요.

읽으면서 이제야 이 작가분에 대한 제 느낌이 이해가 가더군요. 이래서 좋다 말았다 하는구나 하고요.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이래서 샤바렝이라는 사람이 저런 말을 했구나 하고 실감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작가분을 제가 많이 좋아할 일은 없을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를 깜짝 놀라게 할만큼 멋진 20%를 기대하면서 여전히 놓지 못할 작가분이 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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