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렉터 - 한 웃기는 만화가의 즐거운 잉여수집생활
이우일 지음 / 톨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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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모으며 생기는 문제는 실로 다양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말로 그 무게 대문에 방구들이 꺼질 수도 있다는 거다. "

"책이 많아 생기는 또다른 문제는 집에 책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의 효용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어떤 책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면 도대체가 그 책을 가지고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이 두 문장을 읽으면서 정말!! 정말!!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맞습니다. 책을 모으며 생기는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부피와 무게입니다. 책이란 정말 의외로 상당한 무게와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입니다. 저는 보통사람으로는 좀 많달수 있고, 책 좀 읽는다는 분이 보기에는 보잘것 없는 수준인 5천여권 정도의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요, 이거 상당한 공간을 차지합니다. 제 방의 세 면은 모두 책장입니다. 나머지 한 면은 컴퓨터와 TV구요. 그것도 모자라서 머리맡에 쌓아둔 책이 500여권 정도, 박스에 들어가 있는 책이 100여권 정도 됩니다.

이쯤 되면 두 번째 문제가 생깁니다. 저는 이우일 작가님마냥 많지는 않기때문에 그 책이 어디에 있는지 대강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걸 꺼낼수가 없습니다. 쌓아둔 500여권의 너머에 있는 책장에 벌써 1년째 접근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 전에 쌓아둔 책 무더기에서 먼저 읽고 싶은 책이 보여도 꺼낼수가 없습니다. 이걸 다 정리하고 싶어도 더 이상 꽂아둘 책꽂이가 없습니다. 제방은 포화상태인데 엄마는 거실에는 절대 책장 놓지 말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내 집인데! 라고 소심하게 마음속으로만 외쳐봅니다.

여기서 세번째 문제 생깁니다. 물건이란 쌓아두면 먼지가 생깁니다. 중고가 아니라 오랜만에 새 책을 사놓고도 쌓아둔채 헌 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구석탱이의 책을 한번 펼쳐보려면 먼지 먼저 닦고 책 사이의 벌레 한 마리쯤은 잡아야 합니다. 얼마전 집 안에 갑자기 나방에 몇 마리 나타났을때 겁이 덜컹 나더군요. 혹시 내 책을 좀먹고 있는 벌레에서 생긴건가 하고요.

그렇다고 박스에 넣어서 두자니 보고 싶을때 꺼내볼수가 없죠. 사실 비싸고 귀한 책은 박스에 넣어서 보관중입니다. 팝업북이나 비싼 그림책이나 일러스트집같은거요. 근데 보고 싶을때 꺼내보기가 너무 힘듭니다. 의자 가져와서 박스 꺼내서 먼지 털고 테이프 뜯고 한 번 보고나면 다시 이 과정을 거꾸로 해서 집어넣습니다.

겨우 5천권 정도로 이정도인데 제가 사고 싶은 책, 중고로 다시 판 책들까지 다 보관하고 있다면 문제는 말도 못할정도겠죠. 여기서 생기는 마지막 문제.

"자신의 손때가 맏은 오래된 책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좋은 책은 내용을 다 알아도 두고두고 쓰다듬고 펼쳐보고 싶다."

이겁니다. 한마디로 다시 팔기가 싫은거죠. 10권사면 겨우 1권 파는데 책이 줄턱이 없죠. 그리고 가끔은 정말 다시 볼것 같지 않아서 판 책들도 아까울때가 있습니다. 서재가 있었으면 한 번쯤 더 볼수도 있는데 싶거든요. 저는 책을 손에서 놓기가 정말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이 책을 보며 크나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나보다 더한 인간도 있구만~~싶더군요. 훗~여기 비하면 나는 새 발에 피야. 다른걸 안 모으잖아. 그런 상큼한 기분으로 또다시 마법의 램프를 문지르고 말았습니다. 제가 애정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님의 잡문집을 산거죠. 다시는 안산다 다짐했던 한국 만화도 두 종류를 더 구매했습니다. 이제 약간 질리는 감도 있는데 라고 생각한 빌 브라이슨의 호주 여행기도 제 품에 있군요. 사흘사이에 12권이 더 불었습니다. 조금 위안이 되는건 중고로 3권을 되팔았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안 팔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는 제 자신이 좀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책에 대한 과한 애정. 확실히 골치 아픈 것이지만 왠지 다른 물건들에 대한 집착보다는 조금 낫게 느껴진다. 책은 단지 종이를 잘라 인쇄를 하고 순서대로 여러 장을 겹쳐 묶어놓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겐 마법과도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다른 어떤 물건도 이런 아우라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고 봅니다. 비록 제 책장의 책들이 세상의 진리나 어둠을 밝혀주는 빛과 소금과 같은 책이 아니라 그저 이성을 마비시키고 삶에 위안을 주는 알코올 정도의 수준밖에 안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 어떤 물건도 제 책장을 볼때처럼 절 뿌듯하고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 행복을 위해서, 그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 우리는 무언가를 수집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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