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잘못 산 책입니다. 한때 여행에세이에 몹시 심취해서 그쪽 분야라면 닥치는대로 사들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산 책인데 제목만 보고 내용은 보지도 않고는 여행기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그게 아니네요.

이 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학술적인 연구에 있습니다. 그 연구의 대상이 무엇이냐하면 바로 뱀장어입니다. 표지의 비행기 바퀴밑에 저 길다란거 보이시죠? 뱀이 아니라 뱀장어인겝니다.

이 탐험대가 아프리카에 간 이유는 전 세계의 뱀장어 18종중에 유일하게 표본이 없는 1종류, 라비아타라는 뱀장어의 표본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뜨거운 열기와 위험을 무릅쓰고 한 마리 뱀장어를 위해서 4천킬로가 넘는 거리를 넘나들며 아프리카를 질주하죠.

딱히 재미가 없다거나 내용이 말도 안되는건 아닌데 말이죠, 문제는 주제가 뱀장어라는 거죠. 목적이 어디까지나 뱀장어의 표본을 구하기 위해서다보니 모든 이야기의 촛점이 뱀장어인거죠.

현지인들과의 만남도 나오고, 풍경에 대한 설명도 나오고, 무슨 차를 타고 어디까지 갔는데 정말 위험했어 등등 일단 보통의 여행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모든 이야기의 끝은 뱀장어입니다. 죽을 고생을 해서 갔지만 뱀장어가 없으면 다른 곳으로 가는거죠.

뱀장어를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걸 연구하는 학자분들을 비웃으려는 의도도 아니지만 그게 우리가 술안주로 구워먹는 뱀장어란 말이죠. 그걸 위해서 목숨을 건다는건 좀...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심정적으로 납득이 안된달지, 약간은 우습달지.

솔직히 말해서, 그래요 좀 우스웠습니다. 아무리 목적이 학문적인 것이라고는 해도 뱀장어에 목숨을 걸다니. 저 뱀장어 표본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저는 모릅니다. 학계에서 봤을때는 어머어마한 대발견일수도 있고 위대한 사건일수도 있겠죠. 그냥 뱀장어가 아니라구 라고 외치는 학자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외한인 제가 봤을때는 뱀장어란 말이죠.

뱀장어 한마리를 위해, 아니 표본 연구를 위해서 30마리가 필요하다니 30마리를 위해서 4천킬로를 죽을 고생을 하며 아프리카 탐험이라니.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의 세계였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완전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책인것만은 틀림없습니다만, 웬지 이해하기가 우스운 세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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