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실 벌써 이주일쯤 전에 읽은 책인데 리뷰를 어찌 쓸까 망설이다 지금에서야 작성합니다. 마음이 이리저리 좋았다 나빴다 해서. 크게 뭘 기대하고 산것도 아닌책인데 웬 고민이래 하면서 오늘에서야 쓸 말이 생각나네요. 본명 조한웅, 직업 카피라이터, 본문에서는 자신을 키키봉이라고 표현합니다.

키키봉님의 작품중 최고는 낭만적 밥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날 문득 카페나 해보자는 친구의 말에 홀랑 넘어가 카페를 열고 실제 운영한 경험담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도 마냥 행복할수만은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위트와 재치넘치는 문장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인연으로 키키봉님의 작품은 다 봤습니다. 그래봐야 세 권밖에 안되는지라. 그 직후에 깍두기 삼십대라는 책을 봤는데 전작에서 봤던 쾌활함이 사라지고 웬지 모를 우울함과 찌질함이 약간 보이더라구요. 그 시기는 저 자신도 약간 우울했던 시기인지라 재미있게 읽지를 못했습니다.

이건 좀 아닌데 싶었지만 마저 샀던 독신남 이야기. 시간상으로 낭만적 밥벌이의 앞이야기인데 여기서는 다시 원래의 쾌활함이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실업자일때 삶의 방황을 얘기하는 책을 읽었고, 지금은 다시 회사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중 읽은 책이 마침 또 독신생활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책을 읽을때는 그 때의 기분에도 강한 영향을 받는데 문제는 한번 그 책의 느낌이 정해지면 다시 읽어도 고치기가 힘들더라구요. 그 순간의 감정이 그대로 떠오른다고나 할까요. 아직도 냉철하게 제 자신의 감정과 상관없이 책을 감상하지는 못하겠어요. 인문계열이나 과학계열의 책은 상관없는데 에세이는 감정의 진폭에 따라 책의 분위기 자체도 강하게 영향을 받는것 같습니다. 장르가 그래서 그런가..

여튼 독신이지만 여자이고 엄마랑 같이 생활하는 저는, 남자이고 완전 혼자인 키키봉님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수 없었어요. 전혀 달라서 재미있게 느낀 부분도 많았구요.

제일 재미있게 읽은 에피소드는 가정부 이야깁니다. 읽으면서 정말 크게 웃었습니다. 카피라이터다운 톡톡튀는 글이 참 읽기 좋아요. 독신남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에피소드일뿐이니 크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거나 남기는 책은 아닙니다. 그런 목적으로 쓰인 책도 아닐테죠. 그저 재미있는 책입니다. 약간의 씁쓸함과 일상의 무게와 그 와중에 건저올린 웃음 하나. 그런 책입니다. 재미있고 우습고 약간은 공감하고 여러번 읽을것 같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싶은 그런 책요. 어찌보면 요즘 많이 나오는 흔하디 흔한 책인거죠. 그래도 읽는 동안 즐거웠으니 그걸로 만족.

사실 읽는 동안 부러운 대목도 많았습니다. 부모의 잔소리를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마냥 좋게 들을수는 없으니까요. 엄마가 해주시는 일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때도 있죠. 완전히 혼자인것보다 계시는게 낫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혼자 살아보고 싶습니다. 고독해보고 싶어요. 완전한 침묵속에 한번쯤은 있어보고 싶어요. 누구도 내게 말걸지 않는 순간이 가끔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뭔가를 읽을때, 깊은 밤 뭔가를 생각하고 있을때 방해받지 않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혼자 사는 엄마를 두고 독립을 할수는 없죠. 그런 불효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고 나가면 마음이 편할리도 없고요. 읽는 내내 책 내용보다도 이런 잡생각이 더 많아서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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