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분의 책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열혈 팬은 아니지만 꾸준히 재미있는 책을 내고 계시는 분이라 나오면 사는 중입니다. 여행에세이를 다 모으면서 안게된 작가분인데 의외로 여행에세이보다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라는 책을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 기준으로 봤을때 딱히 좋아하는 주제가 아닌데도 신기할정도로 재미있게 봤던 책입니다.

낭만주의자의 독서에서 낭만이란 이런 바쁜세상에서 전혀 도움되지 않는 고전 읽기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낭만이라는 작가의 설명이 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고전문학을 소재로 취한점이 낭만인거라는거, 즉 고전을 읽는게 낭만적이라 이거죠.

사실 고전 많이들 안읽습니다. 저도 많이 읽는 편이지만 고전은 그렇게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 이에 대한 제 변은 두 가진데요.

하나는 때를 놓친거죠. 너무 이른 때에 청소년판으로 나온 질나쁜 고전을 먼저 읽어버린게 바로 문제입니다. 저는 청소년용으로 축약되고 삭제되서 나오는 고전 읽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대로 본문을 읽을수 있는 나이와 지성을 갖췄을때 바로 제대로 된 번역본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전이면 더 바랄나위가 없겠지만 그건 좀 무리일테고요. 축약본을 읽으면 쓸데없이, 적어도 줄거리는 알고 있어라는 생각과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실제로도 재미없을수 밖에 없죠. 그 방대한 세계와 세밀한 묘사를 이리저리 가지를 치고 잘랐는데요. 요즘도 그런 청소년판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책이 오히려 고전에 대한 흥미를 떨어지게 만든다고 봅니다. 실제로 형편없다고 생각한 고전도 있었을 정도였는데 완역본을 보고는 깜짝 놀란 책이 한두권이 아니거든요.

둘째는 실제로도 재미가 없습니다. 이건 이해가 안간다던가 어렵다던가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전 오히려 이런 이유로 많은 분들이 고전을 안 읽는게 아닌가 싶을때가 있는데도 정말 너무 줄거리가 즐거움이 없어요. 고전이라는 평을 받은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너무나도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러워요.

폭풍의 언덕을 읽을때, 그 잔혹함에 진저리친적 없나요?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라는 생각요. 정말로 이런게 사랑일까? 싶은 생각 안하나요? 개츠비의 삶이 너무 슬펐던적 없나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단지 젊음의 치기라는 생각, 약간은 하지 않나요?

저는 고전을 읽으면 너무 슬프고 힘들고 막막해요. 산다는게 이런걸까? 이렇게 처절하고, 처연하고, 서럽고, 힘들고, 뭐 그런 단어들만 생각나잖아요.

한때 이런 책을 읽으면서 눈물 흘리던 시절도 있긴 했습니다. 같이 울고 막 서러워하고, 그 와중에 한줄기 위안이 되기도 했던 책들도 있었죠. 근데 나이 들수록 그런 책들이 싫어지더군요. 그냥도 인생에는 웃음이 너무 적은것 같은데, 현실 자체도 너무 팍팍하기만 한데, 굳이 픽션의 세계에서 까지 그런 이야기들을 읽어야할까 싶더군요.

그러면서 제 서재의 책들이 차차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추리소설, 여행에세이, 소소한 수필, 즐거운 소설, 심지어 이제는 정통 추리소설조차 아닌 한없이 가벼운 코지미스터리까지 오기에 이르렀죠.

무거운 책들은 인문서들이 채우고 있는데 그나마도 먹거리의 역사, 범선의 역사, 음악의 역사와 같은 편한 마음으로 읽을수 있는 책으로 채워지고 있구요.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은 고전 중에서도 재밌달지, 접하기 쉽달지, 게중 대중적이라고 해야할지 하는 책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읽은 책들이 많더군요. 고솜님의 느낌과 내 느낌은 어떻게 다른지도 재보고, 이게 이런식으로 해석되는구나 하는 부분도 자세히 보고, 이 부분은 전혀 기억이 안나잖아 이러면서 절규하기도 하면서 봤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제 고전은 안읽고 싶어요. 오만과 편견 정도는 괜찮겠지만 폭풍의 언덕을 다시 읽기는 싫거든요. 아무리 아늑한 방에서 읽어도 서늘한 바람이 등뒤를 스치는것 같아서요. 폭풍의 언덕의 도입부에 히스클리프가 캐시의 영혼을 부르는 장면은 다시 읽어도 눈물이 나요. 유령따윈 없다고 고함을 치고는 돌아서서 창문을 열고 그녀의 영혼을 부르며 우는 장면을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지는걸요. 고전이야 틀림없이 명작들이죠. 하지만 역시 즐겁지가 않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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