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 미스터리에 심취해있는터라 이 분야의 신간을 꼭 챙겨보는 편인데 이 코지 미스터리라는게 은근히 까다롭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미스터리이니 미스터리가 너무 약해도 안되고 너무 강하면 이 분야를 벗어나죠. 아마추어 탐정이 등장하지만 지나치게 전문적이어서도, 너무 멋도 모르고 설치다 사건이 어영부영하게 해결되서도 곤란하겠죠. 본격 추리물에 비하면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약하니만큼 그 부분을 등장인물들의 매력으로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요.

결국은 살인사건의 적당한 긴장감, 아마추어 탐정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사건 해결에 뛰어들수있나 하는 개연성, 등장인물들의 매력등이 골고루 잘 벼무려져야 하거든요. 제일 중요한 점은 아마추어 탐정을 등장시킬 경우 어떻게 매 사건에 잘 엮을수 있나 하는 점인것 같습니다. 사실 현대물에서 경찰이 아닌경우 아무리 탐정이 유명하다고해도 경찰수사에 끼어들기 어렵다는건 주지의 사실이죠.

그런 점에서 약간 놀란 책입니다. 먼저 두께가 보통의 코지 미스터리 정도보다 두껍더군요. 그리고 배경이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란걸 제외하면 정통 추리소설이랑 별 다를것이 없더군요. 잘 짜여진 살인사건, 유능한 경찰, 제대로 된 조사 등등, 주로 아마추어 탐정이나 중구난방의 신입 탐정이 나와서 이리저리 날뛰다 사건을 해결하는것과는 좀 다르더군요.

물론 마지막 장면은 다른 코지 미스터리와 같긴 했죠. 정통 추리극이 대개 걸출한 탐정이 사건 관계자를 죄다 모아두고는 이러이러해서 니가 범인이다! 라고 한다면 코지 미스터리의 경우는 어쩌다 사건에 뛰어든 주인공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보면 마지막에 범인이 제발에 저려서 그 탐정을 죽이려고 하다 실패해서 잡히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더욱 신선한 점은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서 범인을 잡았다는 점이죠. 주인공인 가마슈 경감님은 정말 경찰의 표본이랄수 있는 멋진 경찰입니다. 신중하고 사려깊고 부하들한테 존경받고 추리도 잘하는 흠잡을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점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곁다리로 나오는 부하중에 한 명이 몹시 짜증스럽던데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다들 매력적이다보니 하나 집어넣은것 마냥 보일지경이더군요.

조용한 시골 마을, 평생을 그 마을에서 조용히 살아오던 존경받는 노부인의 죽음. 아무도 그녀의 죽음을 원하지 않는것 같은데 어찌된 일일까? 사고가 아닐까 하지만 아무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치않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도 나름의 다툼은 있는 법. 가마슈 경감이 처음 마을 사람들한테 말한것처럼 그는 마을 사람들의 비밀을 알아보고 또 대부분의 비밀들은 들통이 납니다. 과연 이 노부인의 비밀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 이 소설의 최고 미스터리입니다.

코지 미스터리는 흔히 쉬운, 편안한 미스터리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과연 무엇이 코지 미스터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건의 기발함, 트릭의 특수성, 줄줄이 죽어나가는 연쇄살인과 같은 강력함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해서 좀 더 섬세하게 접근하는것, 즉 죽음이 아니라 삶에 좀더 초점을 맞춘것이 코지 미스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랜만에 읽은 재미있는 코지 미스터리였어요. 전에는 조앤 플루크의 한나 시리즈가 최고였는데 강력하게 치고 올라오는 새로운 신예랄까요. 간만에 마음에 드는 시리즈를 발견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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