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읽은, 시간상으로는 이 책의 뒷이야기에 해당하는 파리탱고라는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터라 이 책도 구매를 했습니다. 사실 사진집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 당시 웬지 여행서적에 푹 빠져있을 시기라 사진집과 에세이집의 중간쯤 되는 책들을 더러 구매를 했었습니다. 여행서적 자체도 많이 샀었지만 그 중에서도 파리에 관한 책들이 많았습니다. 웬지 모르게 그때 출간되는 책들이 파리에 대한 책들이 많더라구요. 한번 가보지도 않은곳들을 줄줄이 읊을수 있을만큼의 권수를 읽어제끼고는 관뒀던 여행서적 탐방기의 말미에 구입한 책입니다.
그런데 전작보다 실망이네요. 아마도 제가 그때만큼 여행서적에 탐닉하던 시절이 아니라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감정의 폭이 좀 지나치더군요. 호주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로 잘먹고 잘살다, 즉 남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힘들었다는 여행기 쓰는 사람들의 고질병을 앓다가 다 팽개치고 사진작가 하겠다고 이탈리아로 떠나서 결국 나는 사진작가로 성공하고 말았다가 주 내용입니다.
다만 문제는 제목 그대로 이탈리아를 즐기는건 좋은데 지나치게 즐겁게만 말합니다. 물론 이 책은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정말 성공한 내용이니만큼 슬플수는 없죠. 근데 그 감정이 지나치게 즐거워~즐겁다구! 라고 외치는듯해서 마치 즐거움을 강요받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는건 마냥 즐겁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조증이죠. 마냥 슬프지도 않구요. 이건 우울증이겠죠. 그 중간을 담담하게 걸어가면서 가끔 기쁘고 어쩌다 슬프고 좀 힘들다 다시 정상 궤도를 찾는 그런 날들의 연속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은 그 중간의 날들을 담담하게 말하는 그런 글입니다.
힘들어, 니들도 힘들지? 라는 책도 싫고요. 물론 가끔은 나만 그런거 아니구만 싶은 위안도 되겠지만 대체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너무 좋아, 당신들도 그럴수있어 라든지 인생을 한번 바꿔봐, 모든게 즐겁기만 하다구 라고 외치는 책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님처럼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무덤덤하게 써내려간, 심심한듯한 글이 제 취향이거든요.
근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좋다구!라고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고함을 지르는듯한 느낌이랄까요. 읽어갈수록 웬지 질리더라구요. 그리고 책의 편집이 좀 마음에 안들어요. 사진의 설명이 사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서 읽기 힘들었어요. 그 옆에 필기체로 적어놓은 글은 작가 본인이 직접 적은 사진의 설명인가 본데 읽는데 오히려 방해만 되더군요. 사진에서 한페이지를 차지한 나름 중요한 인물의 얼굴이 책 한 중간에 들어가서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잘 보려고 펴다가 책 중간이 쩍 갈라졌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책은 읽을때의 기분도 반영하는 법. 제가 그냥 덤덤한 기분이라서 이 책의 흥분이 과하게 여겨졌는지도 모르겠네요. 여행서적을 읽으면서 약간 흥분된 기분을 느낄때였다면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다시 볼것 같지는 않습니다. 겨우 한번 읽었는데 웬지 질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