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돼지돼지
야자키 아리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크리스마스때 맞춰서 보려고 한 책인데 어쩌다보니 이제야 보게됐습니다.

앨리스의 미궁호텔. 앨리스라는 제목만 보고 뭔가 미스터리한 이야기일꺼야 라고 덥썩 집어든 책에서 만난 야마자키 돼지돼지씨. 크기는 배구공만하고 색깔은 핑크색에 모습은 이름 그대로 돼지 모습을 한 봉제인형이지만 성별은 남자고 나이는 중년. 앨리스의 미궁호텔에서는 호텔의 버틀러로 일하던 야마자키 돼지돼지씨는 이번에는 산타클로스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이야기는 주인공인 봉제인형의 외형을 한 야마자키 돼지돼지씨를 제외하면 어떠한 연결점이 없는 책이기 따로 읽어도 즐기는데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첫째로 야마자키 돼지돼지씨 자체가 별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봉제인형이지만 움직이고, 말도 하고, 직업도 있으며, 심지어 음식도 먹는데(!!) 정말 신기하지만 그저 그뿐입니다. 마술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기적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일을 할 뿐인 봉제인형인거죠. 하지만 그를 본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은 마법같은 일들이 생깁니다. 일생의 송두리채 바꿀 일은 아니지만 삶을 바꾸기에 충분할만한 일들이죠.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삶을 바꾸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주 조금 나옵니다. 그 일로 자신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조그만 기쁨과 설레임을 가지게 되는데서 이야기는 끝입니다. 그저 그 한순간으로 끝일수도 있고 좀 더 나아갈수도 있겠죠. 책은 그런 모습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 바뀔수도 있고 그대로일수도 있지. 한번 어떨지 생각해보라고 -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본디 제대로 결말을 지어주지 않는 그런 책이나 드라마 싫어하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이 이야기는 그 점이 더 좋더라구요. 그냥 잘됐으려니 하고 생각하게 해주는점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채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채로 끝나는 편이 이 책에는 딱 어울리는 결말인것 같아요.

마구잡이 책을 사다보면 이런 책을 고를때도 이런 일도 있습니다. 사실 진지하게 보고 골랐으면 평소에 절대 선택하지 않을 책이거든요. 그냥 제목만 보고 딱 골랐는데 정말 좋은 책이 걸렸을때 참 기분좋아요. 연결된 다른 책들까지 좋으면 정말 배로 기분이 좋죠. 얇아서 부담없이 읽을수 있는 책입니다.

야마자키 돼지돼지씨가 주인공인 책이 시리즈별로 쭉 있다는데 한국에는 이 두 권밖에 현재는 없더군요. 좋은 책인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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