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
서효인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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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은 처음부터 실망할 것을 각오하고 산 책입니다. 다른 리뷰에서 밝혔듯이 저는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같은 맥락에서 시인이 쓰는 글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야구를 무척 좋아하느냐? 전혀요. 구기종목은 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온 나라가 월드컵으로 떠들썩한 시기에도 저희 집에서는 아무도 월드컵을 보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없었거든요. 몸을 움직인다는 자체의 의미에서의 운동을 싫어하는건 아닙니다만 보통의 운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죠. 반드시 승부를 가리거든요. 특히나 구기종목은 다른 종목보다도 상대와의 승패가 아주 중요한 운동입니다. 그러니 그런 운동을 좋아하자면 일정 정도 이상의 승부욕이 필수적인데 전 이런 면이 좀 부족해서요. 운동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승패가 목적이 되는게 싫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승패가 갈리는 종목은 거기에서 초연해지기도 어렵죠.

다만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책으로는 좀 보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다들 이 작은 공에 연연해 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죠. 야구를 전혀 본 적이 없는건 아닙니다. 라디오 경기도 들어봤고(버스에서), TV중계도 봤으면(회사에서), 실제 경기장에도 가봤습니다(단합회였죠). 하지만 흥미가 없으니까 재미가 없더군요. 오히려 이렇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재밌습니다. 막 흥분해서 야구란 말이야~~하고 외치는 사람들 이야기요. 야구팬들중에 이런 분들 많아요. 야구를 소재로 소설이나 에세이집 내시는 분들이 계시죠. 야구란 인생이랑 닮았다고 하시면서요. 이상한건요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러지 않으시더라구요. 아마도 축구가 좀 더 호전적인 게임이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야구는 사실 축구만큼 긴박하게 움직이지는 않죠. 중간에 게임이 멈추는 순간도 많고 공수 교대를 위해 쉬는 시간도 많고요. 그러니 생각할 시간이 더 많아서 그런걸까요? 저는 야구의 그런 면이 좋더라구요. 운동치고는 참 천천히 흘러가는 점이요. 그래서 중간중간 생각도 좀 하고 옆 사람한테 설명도 좀 해주고 한 숨도 돌리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요.

이렇게 시도 별로고 야구도 별로인 저라서 처음부터 책 내용이 썩 마음에 들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끔 이런 야구책이 나오면 꼭 사보는지라 샀습니다. 야구와 인생을 엮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계신데 주로 삶의 실망스러운 순간을 많이 얘기하시더군요. 시인분들은 대개가 그러신지라 예상은 했습니다. 워낙에 감성이 풍부하신데다 아마도 시인으로 살기에는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보니 대체적으로 답답한 심정을 많이 토로하시거든요. 단지 그런 답답한 현실을 야구에 빗대어 울고 웃고,그러다 또 야구에 위로받고, 그래도 힘들고 뭐 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적혀있습니다. 팍팍한 현실을 얘기할때는 같이 답답할수도 있고 야구에 받는 위로가 그렇게 크거나 대단하지는 않으니 더 답답할수도 있는 책입니다. 심히 실망이다 라고 말하기는 뭐한데 선뜻 좋다고 권하기도 그러네요. 딱히 통쾌하거나 크게 위로가 되는 내용이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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