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추움.....여전히

 

탱자탱자 놀다 근래에 한참 걸려서 본 책입니다. 사실 아주 얇은 책이라 며칠 걸려 읽을 책은 아니지만 요 근래 책읽기 싫어 병에 결려있는 상태라 너무 여유롭게 읽었네요. 가엽고 얇은 책으로 내용도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조금씩 읽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주방장, 유명한 식당, 편안한 식당등을 소개하는데 우리가 보통 가보기는 어려운 곳들이 많아요. 구색맞추기인지 정말 좋아서인지 모르지만 한국의 식당도 딱 한군데 나와있기는 하더군요. 멋진 그림이 많아서 눈으로 호강할만한 책도 아니고 엄청난 미사어구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도 아닙니다. 담담한듯이 쓴 글들이라 약간 심심할수도 있겠지만 그건 표면만 본 것일뿐. 이 책에 나오는 식당과 쉐프들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한 책이예요. 아마 한평생 이 책에 나오는 식당중에 한곳인들 가볼수 있을까 싶은걸요. 간다한들 손이 떨려서 제대로 맛이나 볼수 있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만한 장소에서 그만한 돈을 쓰려면 그만한 그릇도 되야 되거든요.

19살때 해운대의 바닷가가 보이는 제일 좋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어본적이 있는데요. 솔직히 너무 긴장해서 맛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습니다. 해지는 멋진 바다도 멋진 요리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었거든요. 시중들어주시는 웨이터 아저씨 눈치를 어찌나 봤던지. 지금이야 연륜이 있으니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말 안통하는 나라의 멋진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칼질할 자신은 여전히 없습니다. 사실 버터니 크림이니 하는 유제품이나 올리브 기름도 좋아하는 편이 아니긴합니다. 그래도 이 식당들중에 한 곳에서 식사한는걸 버킷 리스트에는 꼭 올려놓고 싶습니다. 음식의 맛과 질을 떠나서 꼭 한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일이거든요. 그때를 대비(?)해서 열심히 책으로만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식당이 문 닫기전에 혹은 이 쉐프들이 죽기전에 한번 가볼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워낙에 소심+게으름+느림보+집순이라서요.(웃음) 여러분도 한번 보면서 죽기전에 이 집에서 이 쉐프가 만든 요리 한번 먹어보고싶다 싶은곳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물론 한 곳만 정하기는 엄청나게 어렵겠지만 그런 생각으로 본다면 요런 종류의 책은 훨씬 재미나요. 사실 이런 책은 읽을때의 기분에 따라서 무지 달라져요. 세상 살기 귀찮을때 보면 돈 자랑을 하는구나 싶고 니들은 좋겠다 싶은 생각에 샘도 나고 내가 죽기전에 이런데 한번 가볼수나 있겠어 하는 자조적인 생각에 우울함이 더해지죠. 근데 기분 좋을때 보면 막 한번쯤은 가볼수 있을것 같고 그런 장면이 막 상상도 되면서 디게 행복해져요. 극과 극을 달리죠. 지금은 한창 좋을 시기라 요런 리뷰를 쓰고 있지만 우울모드일때는 또 다른 느낌이죠. 여튼 읽는 동안 상상만으로 행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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