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약간 기분이 들떴다가 가라앉았다가 다시금 정상을 되찾았다. 말하자면 좀 웃긴데 이게 다 신의때문이다. 오랜만에 한국드라마를 본건 이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나는 실제 역사에 약간의 상상을 가미한  if라는 분야를 정말 좋아한다. 요근래 본 이 장르중 최고는 역시나 테메레르다. 만일 현실에 용이 있어서 공군이 존재했다면에서 시작되는 얘기다. 신의도 그런 장르다. 만일 현대의 의사가 과거로 가서 고려의 역사의 일부분을 담당했다면...이라는 게 본래의 기획의도다. 물론 한국드라마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중간에 시청률이 주저앉으면서 기획의도따위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사라지고 결국은 두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마무리가 되고야 말았다. 드라마가 16편을 방영할 때쯤 나도 눈치를 챘다. 역시나.....안되는구나. 결국 이 정도구나하고...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주인공 이민호군의 연기가 몹시 맘에 들어서 마지막회까지 시청을 했다. 발음상에 약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표정연기라든가 눈빛같은건 썩 마음에 들었다. 물론 줄거리는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도대체 얘가 뭘 하더니 꽃남때에 비해서 이렇게 연기력이 많이 늘었나 싶어서 좀 이리저리 검색을 해봤다. 그러다보니 얘가 쫌 마음에 들어서 이런저런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세상에 참 부지런한 사람이 많드라는걸 알았다. 팬카페를 운영하고, 배우를 위해서 식사 이벤트를 한다면서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의 전체 식사를 자신의 돈으로 만들어서 배달하고, 쌀을 모아서 주니마니 등등. 한마디로 이제까지 특정배우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던 내게는 놀라운 사람들이었다.

 

며칠 다니면서 이런 저런 글들을 읽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너무 게으루고나.... 그리고 약간은 무미건조하구나. 사실 난 어떤 배우나 가수에게도 열광한 적이 없다. 어떤 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그 스토리 전체 그 영화 전체에 점수를 주지 그속에 등장하는 어떤 특정인물을 좋아한적이 없다. 더구나 그 스토리를 벗어나서 다른 연기를 하면 아예 관심이 사라져 버리는 타입이다. 즉, 나는 사람보다는 이야기에 반응하는 타입이다.

 

같은 얘긴데 오래전에 마왕 해철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다.(사람에 열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분의 사고방식을 쫌 좋아하는지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몹시 심심하지만 자신은 몹시 행복한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딱 그런 사람이구나 싶었다. 나는 몹시 안정적인 사람이다. 쉽게 흥분하거나 들뜨지도 않는 대신 쉽게 절망하거나 실망하는 타입도 아니다. 늘 꾸준하고 늘 같은 한결같은 종류의 사람이다. 인생에서 정점도 없지만 하점도 없는 그런 사람. 폭발하지 않지만 식지도 않는 사람. 그런데 저렇게 한 사람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니 괜히 기분이 묘해졌다. 내가 너무 무미건조하게 살고있나 싶어서. 한번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살아보지 못한게 괜히 뭔가 내 청춘에 빚을 진것같은 기분이 들어서....그런 생각을 하고나니 웬지 조바심이 약간 났다. 더 늦기 전에, 정말 늙기 전에 뭔가를 좀 해야하는 걸까. 집에만 있지말고 이리저리 바깥으로 다니면서 여행도 하고 이런 모임에도 참석하고 그래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며칠간 약간 초조했다. 기분이 가라앉은듯한 느낌도 들고 나이가 들어서 우울증인가 싶었다.

 

글고 약 2주일만인 오늘 그 생각을 싹 털었다. 모처럼 휴일에 컴퓨터도 켜지 앉고 늦잠자고 운동하고 강지들 목욕시키고 추리소설 한 권을 순식간에 읽어 치웠다. 그리고 나니 내 모든 감정들이 일시에 해소되는게 느껴지면서 피식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난 결국 이런 종류의 사람인거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는 이 미지근함이 내가 가진 본성인거야. 어쩌겠어. 아무리 노력해도 본성을 바꾸기는 힘들지. 아예 연료가 없는데 뭘로 불을 때운단 말이야. 내가 가진 연료는 이게 전분데. 노력으로 열정을 만들수는 없지...훗, 그래 이거면 됐어.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며칠간 약간 가라앉았던 기분도 원상복귀. 그래도 이 참에 한번 눈이 간 배우니까 이민호군은 계속 쫌 좋아해보기로 했다. 나이들어 새삼 새로운 취미 가지지 말란법도 없고 누가 또 알어? 언젠가 이배우가 나한테 없는 열정을 활활 태우게 만들지...인간사 뭔일인들 절대로! 라고 장담할수는 없는 법이고. 이런 저런 자료 보다보니 애도 마음에 드는데. 이걸로 며칠간의 방황(이랄수 있을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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