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처럼 비웃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5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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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처럼 한문을 쓰는 언어를 저렇게 뜬금없이 한국어로 그냥 옮겨 적으면 의미를 잘 알기가 어렵다. 산마가 도대체 뭔가 했더니 뫼 산에 마귀 마를 써서 산에 사는 마귀라는 뜻이다. 산도깨비 뭐, 그런정도로 변역할 수 있겠다. 괴담이나 기담등을 추리소설못지 않게 좋아하는터라 그 둘을 결합한듯한 소개글을 보고는 구미가 당겨 구입했다가 몇달이나 지나서 보는지 모르겠다. 실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라는 책도 같이 구입해서 같이 보고 싶었는데 어디 박혔는지 통 찾을수가 없다.

일본 특유의 신앙중 하나가 흉산이니 신산이니 하는 말이 있다. 불길한 산이니 들어가지 말라는 뭐 그런곳. 우리 나라도 옛날에는 그런 곳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도깨비나 귀신보다도 실재하는 호랑이 때문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배경도 그런 곳이다. 이미 세상이 개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동네에서 옛풍습에 매여 흉산이나 삼산이니 하는 믿음을 믿는 곳. 사람이란 이상한 존재라 실제 모두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하게 된다. 모두가 흉산이라 벌벌떨며 어쩐지 그곳이 무섭다. 밤이란, 그리고 어둠이란 어딘지 사람을 홀리는 데가 있는 법이니까. 이 책은 그런 어둠에 홀린 사람에 대한 얘기다. 보통의 추리소설처럼 돈이나 복수가 목표가 아니다. 아니, 따지자면 복수가 목표일수도 있다. 하지만 깊은 곳의 동기는 어쩌다 우연한 계기로 어둠에 홀린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마귀다. 지나칠수 있는 일들이 모이고 모여 사람을 마귀로 만들고 죄없는 사람들까지 희생되는 그런 이야기다. 물론 살인자는 밝혀지고 죽음의 트릭도 밝혀지니 추리소설로 봐도 무난하다. 허나 그러기에는 배경에 깔린 복선이 지나치게 괴담쪽이다. 살인을 결심하는 계기도 어쩐지 비이성적이고 기괴하다. 사람을 죽이는데 이성적인게 어디있냐고 하겠지만 살인범에게도 자신만의 논리는 있는 법이다. 그런 점을 괴담으로 처리한 점이 이 책의 특색이다.

야밤에 읽으면 살인사건과 얽힌 책의 괴기한 부분때문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기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역시 추리소설이라 함은 탐정의 사건해결이 명쾌하고 호쾌해야만 그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법인데 그 부분이 영 신통찮다. 마지막에 설명라고 하는 데도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었죠. 이 사람일수도 있었지만 저 사람일수도 있었어요. 근데 사실은 그 사람이 범인이예요. 이러고 사건해결됬다고 하더니 뚱하니 뒤에 가서 아니예요 그 사람은 실은 딴 사람이예요. 이따구 식으로 빙빙 돌리니 이건 뭐, 반전도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되는건지.

전개는 좋았는데 마지막의 사건해결 부분이 오히려 영 미흡하게 느껴져서 재미를 떨어트렸다. 그래도 탐정이 나름의 혹실한 캐릭터와 매력이 있어서 다음편도 기대를 해도 될것같다. 추리소설의 제일 큰 비중은 역시나 탐정의 캐럭터와 트릭의 기발함인 법. 캐릭터가 내가 쫌 좋아하는 쪽이라서 다음편이 기다려진다. 아니, 기다릴것도 없다. 책더미에서 이미 사놓은 딴 책을 찾기만 하면되는데...얘가 도대체 어디쯤에 묻혀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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