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음
오늘의 책 : 위건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하면 역시 제일 유명한 작품은 동물농장과 1984년 두 작품일것이다. 동물농장은 읽어봤지만 1984년은 솔직히 읽지 못했다. 작품이 너무 유명할수록 때를 놓치면 새삼 다시 읽기가 힘들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조지 오웰의 에세이라는 말을 듣자말자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구매했다. 근데 시기가 좀 나빴다. 요즘들어 새로 간 회사 일을 배우느라 바쁜데다 마치고 와서도 바쁘다. 솔직히 전에 회사에서는 일을 할때는 하지만 한가한 시간에는 책도 보고 쉴수도 있었는데 회계사무소에서는 그런 시간이 전혀 없다. 현재 내가 일을 얼마나 한건지 얼마나 남은건지도 아직 정확히 파악을 못하는 상태라서 그런점도 있지만 여러명이 붙어서 일을 하다보니 옆 사람들 눈치도 있고 해서 더 쉬기가 힘들다. 그렇게 하루종일 일만 하다 집에 오면 피곤하다. 더해서 하루종일 정말 꼼짝도 않고 앉아있기 때문에 소화도 안되는것 같고 허리도 아픈것 같아서 운동을 꼭 해줘야 한다. 씻고 밥먹고 운동하면 어느새 10시고 잠깐 TV나 컴퓨터 보고나면 12시. 남은 틈틈이 이 책을 읽다보니 맥이 끊기는데다가 피곤해서 웬지 더욱 집중이 되지 않는다. 글고 이런 시기에 왜 이런 책을 골랐을까? 내가 중산층으로, 정확히 따지면 하류중산층으로 산다고 생각한걸까? 아니면 새삼 일을 하니 노동의 의미를 새로 생각해보고 싶었던걸까? 좀 재미있는 책을 골랐으면 됐을텐데 근 반년을 놀다가 일하면서 처음 읽은 책이 영국 노동자 계급의 힘든 일상을 고발하는 르포르타주 형식의 책이라니. 생각은 많고 머리는 복잡하고 글은 안읽히고....전전긍긍하면서 근 3주만에야 거의 다 읽었다. 평을 쓰려니 마음이 무겁다. 물론 나는 이 책에 나오는 탄광노동자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다 쓰러져가는 임대 주택에 살고 있지도 않고 영국처럼 귀족이 있어서 건너지 못할 계급의 차이를 매일 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지는 않다. 뭐, 가끔은 느끼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새상 노동이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주는것만은 분명했다. 요즘은 이런 종류의 힘든 육체노동이 서서히 줄어드는 형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힘들게 일하고 겨우 입에 풀칠하는 사람들이 지구상 곳곳에는 존재한다. 나역시 그들보다 조금 나은 형편이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도대체 얼마인걸까?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8시간을 끊임없이 컴퓨터를 치고 전표를 분류하는 내 위치는 어느 정도인걸까? 대답할수 없는 질문을 너무 많이 던져준 책이다. 이런 시기에 읽기에는 분명히 적합치않은 책인것같다. 아니 반대로 지나치게 적절한 순간에 읽은것일수도 있다. 웬지 책의 내용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마음속에 질문만은 잔뜩 남겨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