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고 더움

 

오늘의 책 :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결혼 계획도 없으며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고 조카조차도 없는 내게 육아서에 해당하는 이 책은 전혀 쓸모가 없는 책이다. 책소개를 보고 그 점을 정확히 인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산 책이다. 내용은 별거 아니다. 퇴직한 후 두 딸이 연이어 아이를 낳게 되자 맞벌이 부부인 두 딸을 위해 그 아이들을 맡아서 키워준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자라 어린이집에 갈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두 부부의 육아는 끝이나고 이 책의 이야기도 끝이 난다. 육아서에 해당되지만 아이를 키우는 법이 시시콜콜히 나오지는 않는다. 더구나 외할아버지가 엄마들에게 육아에 대해 코치할 일이 뭐 있겠는가. 그래도 한번쯤 읽어봄직한 구절이나 마음가짐에 대한 글들은 제법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한번 슥 읽어볼만은 한 책에 해당되겠다.

 

붉은 엄지 손가락 지문은 추리소설인데 시대도 주인공도 서술방식도 셜록 홈즈랑 많이 비슷한 책이다. 주인공의 직업은 검시관이기는 하지만 우연히 길에서 친구인 의사를 만나고 그 의사가 조수이자 책의 화자 역할을 하는 점, 주인공은 냉철하지만 친구는 감성적인데다 의뢰인과 사랑에 빠지는 점등 마치 셜록 홈즈의 판박이라고 해도 될만하다. 다만 셜록 홈즈같은 강력한 캐릭터는 아니다. 비슷하지만 홈즈같은 괴팍함은 없고 좀 더 인간적이랄지 하는 면이 부각되다보니 오히려 캐릭터가 약간 흐릿한 감이 있다. 트릭도 단순하고 동기는 더욱더 단순해서 중간부터는 범인이 누군지 뚜렷하게 드러나기는 하지만 시대상을 감안해서 볼때 그 정도는 봐줄수 있는 정도다. 어정쩡한 현대추리소설보다 훨씬 감칠맛이 있는 책이다. 다만 번역자가 쓴 역자후기가 좀 보기 싫었다. 역자도 번역하다보니 홈즈와의 유사점이 뚜렷이 보였나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은 나름의 재미가 있는데 굳이 홈즈와 비교해서 훨씬 인간성이 있다는 식으로 홈즈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데 이건 잘못이라고 본다. 셜록 홈즈가 그 시대에서 워낙에 유명한 캐릭터다보니 다른 책에서 굳이 그 탐정을 끌여들여서 약간 모자라게 보이게 한다든가, 비교해서 이런 점이 홈즈보다 낫지 않냐는 식의 사족을 붙이는데 쓸데없는 짓이다. 손다이크 박사가 더 매력적이었다면 그가 홈즈보다 더 유명했겠지. 어차피 학술서도 아닌 추리소설이다. 재미를 위해 읽는 책에서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구분하는건 어리석은 짓이다. 단지 본인이 보기에 더 재미있다 없다 정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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