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흐림

 

오늘의 책 : 행운아

 

이 책을 읽고 평을 쓰기가 좀 망설여졌다. 어찌됐던 돌아가신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는 워낙에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라서... 특히나 우리나라는 돌아가신분의 험담이랄지 이런것을 아주 금기시하는 분위기인지라 평을 쓸까 말까 하다가 누가 보라고 굳이 쓰는 글이 아니라 그저 내가 읽은 책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고자 쓰는 글이라서 걍 한마디 쓰기로 했다.

상관없는 책이지만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중 메소포타미아의 죽음이라는 글에서 한 등장인물이 그런 말을 한다. 자신은 죽은 사람의 험담은 상관없지만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의 험담은 하지말아야 한다고 본다고, 죽은 사람이야 더 이상 상처받을일 없지만 산 자는 그 말에 상처받고 아파한다고 말이다. 솔직히 맞는 말이다. 죽은 사람이야 산 사람이 무슨 말을 하던 상관하지 않을것같다. 죽어서 무로 사라진면 당연히 상관없을테고, 천당에 있다면 너무 좋아하서 신경이 안쓰일테고,지옥에 있다면 그런 소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테지.

달빛요정을 처음 알게된건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랬을 마왕의 고스트스테이션을 통해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엄청 긴 제목이 인상에 남았고 쓰기다시 내 인생이라는 노래도 인상깊긴 했지만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지라 알고만 있는 수준이었다. 옛날에는 관심이 없어도 음악제목이나 가수명쯤은 알아야한다는 쓸데없는 강박관념에 억지로 듣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시기는 지난지 오래, 음반은 더이상 안사도 가수분들이 내는 책은 사는걸로 음악계를 지원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구입한 책이 이 책 행운아. 물론 가수분이 돌아가신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사지말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결국 구매했다. 그 분의 마지막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기에 한참을 읽을까 말까 망설였다. 그렇다고 생전에 내가 팬이거나 뭐 그런것도 아니고 이 분 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것도 아니면서 지나치게 감상에 빠진것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근자에 들어 안좋게 생을 마감하신 연예인 분들이 너무 많은터라 좀 짠했던것같다.

각설하고 책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다지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책의 반은 야구얘기고 반은 음악얘긴데 둘 다 내가 크게 관심두고 있는 분야는 분명히 아니다. 그래도 야구나 음악에 대한 얘기도 더러 좋아하며 읽는 편인데 이 책이 마음에 들지않은건 책의 전반에 깔린 저자의 사상이다. 본인은 자신을 루저니 찌질이니 초라하니 가난하니 하고 말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정말 말하는 것은 언젠가 마왕이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를 평하며 했던 말인것 같다.

꿈을 이뤘어. 근데 행복하지 않아. 그럼 이제 어쩔래?

나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마왕의 이 대사를 듣고 참 많은걸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꿈을 이뤘는데,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으면 어쩌면 좋을까하는 정말 정곡을 찌르는 물음. 이 책에서도 똑같은 물음이 느껴졌다. 음악이 하고 싶은데, 하고 있는데, 달빛요정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다 갔다는 점이, 이 질문에 어떤 결론을 내리기 전에 삶을 마감해야했다는 점이 참 가슴아프게 느껴졌다.  끊임없이 자신을 찌질이라고 루저라고 말하는 책을 읽고있는 기분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비하할 필요가 있을까? 마냥 행복한수는 없지만 마냥 불행할수도 없는 법인데...전체적으로 책의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 현실을 무시하고 마냥 헤헤거리는 사람이나 반대로 마냥 짜고 있는 사람이나 짜증스럽기는 매한가지. 어느 정도는 음악을 함으로써 느끼는 행복감도 표현해 줬더라면 훨씬 좋았을것 같은데...웬지 읽고나니 뒷맛이 많이 씁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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