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흐리다 갬

 

오늘의 책 : 미녀와 야구

 

릴리 프랭키라는 작가의 됴쿄타워라는 책을 나도 봤다. 보통 이런 종류의 수식어가(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지하철안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 붙은 책은 좋아하지 않아서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일부 텍스트를 보니 신파는 아닌건 같아서 결국 읽었다.

울만큼 슬픈 책은 아니었다.

작가분이 신파조로 쓰지 않아서인지 어머니의 투병생활도 그렇게 눈물을 쏟을 정도로 슬프진 않았다.

한마디로 고된 인생을 힘들게 살아온 어머니의 이야긴데 그런 얘기는 울 나라에도 많다.

굳이 책이나 영화를 보지 않아도 우리 어머니 정도의 세대는 대부분 그런 분들이다.

무능력한 가장에 더해서 시부모 봉양까지 하면서도 자식 잘되라고 있는거 다 주고 생을 마감하신 분들 얘기 주변에 한 둘쯤은 다들 계시다.

20대 초반의 나이라면 이런 얘기가 신선할지 모르겠지만 30대 후반 이상의 나이를 가진 분들이라면 너무 흔해서 식상할 정도의 얘기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잼있게 읽은건 작가분의 시니컬함이 마음에 들어서다.

인생에 웃지 못할 순간은 없다파와 있다파가 있다면 이 작가분은 분명히 전자에 속하는 분일게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글을 참 좋아한다.

보라는 달은 안보고 달을 가르키는 손을 본다던가 그 손의 임자가 미인이라면 얼굴을 보는 그런 사람들.

이 작가분은 얼굴이 아니라 가슴이나 엉덩이를 보고 있을것 같기는 하다만은...

여튼 그런 식으로 딴짓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책의 제목은 미녀와 야구인데 미녀도 안나오고 야구도 안나온다.

보통 사람들이 질겁을 할만한 얘기가 다수 등장하는데 웃기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그런 얘기들이다.

이 에세이를 실제 쓴 시점이 93년에도 대략 98년 정도인데 이제야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유도 알겠다.

몇 년전만해도 이런 책 수입한다고 했으면 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나라에도 이런 적나라한 책이 출판 가능하다니...대한민국 정말 많이 변했다.

이런 생각을 할때가 책을 읽으면서 제일 즐거운 순간중에 하나다.

바로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그것도 좀 더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는 이런 순간.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책에 더러운 얘기가 무척 많이 등장한다.

차마 내가 글로 쓰기는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똥이니 항문이니 직장이니 하는 얘기.

이보다 더 심한 얘기는 차마 글로 못쓰겠다.

아직 그렇게까지 열리지는 못했나보다.(은근히 보수적이라서...)

다만 나는 아직 그렇게까지 개방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세상은 그런쪽으로 개방되어 간다는걸 확인하는 순간은 언제나 통쾌하고 즐겁다.

작가로써 이 분을 좋아하고 이런 특이한 발상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다.

이 분도 틀림없이 나같은 사람과는 친하지 싶지 않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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