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엄청나게 추움

 

오늘의 책 : 공포의 보수일기, 나무처럼 자라는 집

 

온다 리쿠의 책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다. 이 분의 작품이 분명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대가의 작품이랄순 없다. 거기다 엄청나게 많이 쓰시는 분이기도 하고 그 작품들이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다작을 뭐랄순 없는 노릇이고 같은 작가의 작품이니 비슷한 것도 어쩔수 없다. 문제는 이럴 경우 좋으면 계속 좋은데 한번 질린다고 생각하면 딱 보기 싫어진다는 점이다. 이 분 작품을 처음에는 참 많이도 봤다. 흑과 다의 환상을 보고 너무 좋다고 생각한 작가인데 황혼녘 백합의 뼈라는 작품에서 질린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그 다음부터는 보기 싫어졌다. 그래서 더 이상 보지 않던 작가분인데 이번 작품은 에세이고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술에 대한 에세이가 아닌가. 이걸 보지 않을수는 없지. 기쁜 마음으로 구매했다.

솔직히 처음에 제목이 이해가 안갔다. 공포와 일기는 알겠는데 보수가 뭘 말하는지 모르겠는거다. 알고보니 영화 제목에서 따온건데 일의 댓가로 지급하는 그 보수였다.

작가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본인의 비행 공포에 대한 것인데 기실 하는 얘기는 술 얘기다. 것두 온통 맥주. 갖가지 나라와 공장을 견학하면서 맥주기행이라니... 부러움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더 부러운건 그 많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그녀의 위였다. 나도 맥주를 무척 좋아한다. 한때는 맥주라면 돈이 없어 못마셨지 배불러서 못마시는 일은 없었다. 정말 끝도없이 들어가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건만은. 요즘은 그렇게 못마신다. 너무 배가 불러서. 예전만 같으면 이런 책 읽으면 당장 맥주 사러 갔을거다.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봤겠지. 근데 그럴수가 없었다. 너무 추워서 맥주를 사러 가기 귀찮기도 했지만 솔직히 못마실것 같았다. 예전에는 한 겨울에도 맥주만 마셨는데 요즘 들어서 겨울에는 맥주를 마시기가 버겁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엄청 늙은이가 된것같다. 아직 그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확실히 위가 많이 작아졌다. 한꺼번에 많이 먹거나 마시는게 이제 약간 부담스럽다. 작가분도 확실히 책 속에 밝히고 있다. 자신은 이렇게나 무섭다고 썼는데 남들은 우습게 여긴다고. 내가 봐도 그렇다. 하아~출판사에서 에스코트까지 해주면서 술마시고 오라고 여행보내주는데 그걸 불쌍하게 생각하라고? 꿈도 꾸지 마시길.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드물게 제목과 표지에서 내가 받은 느낌이 책 속의 글이랑 그대로 일치하는 그런 책이었다. 보통 제목에서 받는 느낌과 표지의 디자인으로 걍 책을 고르는데(말하자면 필~로 막 고른다고나 할까) 내 느낌과 책의 내용이 일치하는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 모험인줄 알았더니 로맨스고 호러인줄 알았더니 SF고 희극인줄 알았는데 비극이고 뭐 이딴식의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에세이나 여행기야 아무리 달라도 거기서 거기지만 소설의 경우는 꽤나 간극이 큰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제목에서 받은 느낌 그대로 조근조근 속살이는듯한 그런 느낌의 책이다. 낮은 목소리로 이런 이래요하고 말해주는 침착하고 상냥한 느낌 그대로의 책이다.

문제는 책에도 타이밍이 있다는 점이다. 첫 부분을 읽을때는 내가 약간 기분이 좋을때라 그런 느낌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때 다 읽었으면 좋았을것을 왜 손을 놨을까. 반만 읽은채 내려놓고 이틀 후에 다시 읽었는데 이때는 내가 약간 까칠한 기분이 들때였다. 그런 조근조근한 말투가 웬지 신경 거슬리고 듣기 싫어졌다. 흙이 말하기는 무슨 말을 해! 집 짓는데 속도는 또 뭐야! 요따구 생각이 들기 시작한거다. 한번 요따구 나쁜 생각이 나면 그 다음은 무슨 짓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 책이 보기 싫어진다. 이미 2/3가 넘어가는 시점이라서 그냥 읽어내려갔지만 처음 읽었을때의 그 느낌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런 식으로 읽을 책은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책의 뒷부분은 나의 심통스런 생각에 완전 물들어서 다시 읽어도 역시나 심통스런 생각이 든다.

세상 만사 타이밍이라니까~~~

 

 

 

 

 

 

 

 

 

 

 

 

 

 

 

 

센텀시티에 새로 생긴 동양 최대인지 세계 최대인지 하는 백화점에 갔다. 회사 나올때 곽차장이 10만원짜리 상품권을 하나 주었는데 이걸 생필품 사는데 쓰지말고 사치스럽게 한번 써보자고 생각하던터라 역시나 동양 최대라던가 뭐라는 스파에 가기로 했다. 솔직히 10만원이 뭐 사치겠냐만은 회사를 그만두니 그나마도 아쉬워서리....지하철로 가는데 엄청나게 으리번쩍 하기는 했다. 지하철 한 역이 통채로 백화점 지하라니. 거기다 백화점 자체도 너무 커서 오히려 제대로 뭘 구경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기가 질린다고나 할까. 대신 스파는 아주 좋았다. 밑에 목욕탕도 여러 탕이 잘 구비되어 있어서 마음대로 들락날락 거릴수 있고. 위에 있는 찜질방도 가지가지 종류에 쉴 곳도 구석구석 잘 마련되어 있어서 얼마든지 있을수 있을것 같았다. 솔직히 6시간이 전혀 길지 않았다고나 할까. 요기저기 구경하고 밥 먹고 탕에 좀 들락날락 했더니 어느새 6시간!! 한겨울에 반팔에 반바지입고 햇살좋은 배드에서 뒹굴고 있자니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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