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뭐, 직역하면 대충 이정도 되는 제목이다. 한국인 이민 1.5세대 여자와 결혼한 정통 미국인 남자. 영국에서 건너온 그 자리에서 200년을 꿋꿋이 버텨온 토종 미국인에게 세상의 반 바퀴를 날아온 한국인 가족은 이상하기만 하다. 그래도 나름 잘나가는 변호사인 아내와 편집자인 남편. 어느날 갑자기 아내가 변호사 생활을 그만두고 어머니 집에 들어가서 몇 년간 살며 돈을 모아 집을 사자는 황당한 계획을 꺼낸다. 얼떨결에 말려 장모님 집의 지하실에서 살게된 부부. 그것만으로도 힘든데 갑자기 착한 딸이 되고 싶다는 아내는 자신의 모든 재산으로 어머니에게 델리를 사주고 싶다고 한다. 역시나 얼떨결에 말려서 델리를 사게된 남편. 허나 낮에는 편집자로 생활하고 밤에는 델리 점원으로 투 잡을 뛴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생각만큼 가게가 수익을 내지 못하자 전 가족이 가게에 목을 메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더구나 사고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장모와 사위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중간에 선 아내를 괴롭힌다. 제일 슬픈 점은 그렇게나 열심히 고군분투 했지만 결국 델리를 성공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완전한 패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정상 후퇴 정도? 하기사 사는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 장사는 더더군다나 그렇고....

이 책의 본질은 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토종 한국인과 이민 1.5세대의 삶에 대한 얘기다. 독립된 여성상을 바라지만 남편에게 종속된 장모와 자신은 다르다고 하면서도 효녀가 되고 싶어하는 그녀의 딸. 아이를 가지게 되자 집을 나와서 살기를 바라는 자신과는 달리 처음에는 삼칠일도 안지키고 집을 나오겠다던 아내는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그 벽을 넘지 못한다. 집에 가서 엄마가 시키는대로 하겠다고 하고 만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하는 사이 이 부부는 장모의 집 지하실에서 8년간을 생활한다.  

보는 내내 웃기고, 슬프고, 우스꽝스러우면서 찡한 그런 면이 있었다. 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삶에 대한 시선은 우습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 먼곳에서도 한국인으로 사는 그들이 자랑스러운건지 우스꽝스러운건지 헷갈리도 하고, 한국 아줌마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사는 케이가 씩씩한건지 안된건도 헷갈린다. 그렇게나 온 가족이 노력했음에도 결국은 델리를 팔아야 하는 시점에서는 좀 찡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유달리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우리의 그런 성향을 유감없이 만족시켜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으로 샀고 읽는 내내 그런 관점으로 읽었으니까. 전체적으로 봐서 유머러스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웬지 모르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네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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