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는 못말리는 습관이 있는데 영화 보는거 별로 안좋아하면서 영화평은 찾아읽고, 음악 별로 안들으면서 음악가나 음악사를 좋아한다. 근데 이 두 분야는 보고 듣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비틀즈를 아무리 꿰고 있어서 그의 음악 한 줄 흥얼거릴줄 모른데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다. 더구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건 그 분야에 본질적으로 흥미가 없다는 말이고 흥미가 없으니 당연히 읽어도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런 책을 본다. 보는 동안은 또 재미가 있다. 이런 영화가 있어? 이 음악에 이런 뜻이 있구나~하고 나름 감탄도 하고 찾아봐야지 하면서 메모도 한다. 다만 책을 덮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메모는 어디론가 사라지도 찾아봐야지 하던 열정도 같이 사라진다. 그러면서 또 다시 사서 본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영화에 대한 책이라기에 사서 봤다. 책을 덮으니 기억에 남는건 두 남자의 우정뿐이다. 두 남자가 일년동안 써내려간 영화평은 기억 속 저~~너머로 사라지고 둘이서 티격태격, 아웅다웅대면서 거의 반평생을 지내온 우정이 그저 부러울뿐이다. 같은 고향, 같은 추억, 같은 직업을 가지고 서로의 삶을 자신만큼이나 잘 아는 친구라니. 아~~나도 이런 친구 한 번 가져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마도 불가능한 일일것이다. 여자라서가 단지 핑계가 아니라 정말 여자라서가 그 이유다. 여자들은 가족, 대개 자식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가, 정말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따로 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대체할 누군가가 필요치 않다.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하지만 남자와 여자에게 그 무게와 자리가 다르다. 여자들에게 자식은 자신의 분신이요, 친구요, 때때로 연인이기까지 할 수 있다. 남자들에게는 약간 다르다. 자식은 자식이다. 그래서 그들은 친구와, 때때로 연인이 필요하다. 아직 결혼하지 않는 내게는 친구가 참으로 소중하다. 허나 내 친구들은 다들 나보다 소중한 가족과 자식들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내게는 저런 친구가 꼭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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