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음 

오늘의 책 : 나선계단의 앨리스, 무지개집의 앨리스 

반값할인이라는 말에 혹해서 산 책이다. 사실 앞 권을 먼저 샀는데 읽어보지도 않은채 뒷 편을 산터라 읽으면서 약간 어쩔까 싶었다. 또 실패할까 싶어서. 근데 읽어보니 두 권다 재미있었다. 코지 미스터리라기에도 모자란 그야말로 일상 미스터리. 아니 솔직히 미스터리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뭐할 정도로 소소한 사건들을 그린 이야기다. 탐정 사무소는 그저 무대의 배경에 불과하고 실제는 니키씨와 아리스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도 퍽 재미있었다. 소소하지만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이것저것 갖다붙여서 크기만 키운 작품들보다는 훨씬 제값을 하는 책이었다. 

이런 식의 일상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일본만의 장점이랄지 그런게 부각되는 장르다. 다른 어떤 나라에도 이런 장르는 없다. 코지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있긴 하지만 영미권의 코지 미스터리는 분명하게 강력사건을 다룬다. 주인공이 아마추어일뿐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 이렇게 사소한 일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 소설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수수께끼들. 이런 장르에서 오히려 디테일을 잘 살리는 일본의 강점이 보인다. 일본 영화중에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영화가 있는데 이런 일상의 문제, 평범함속의 비범함을 정말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이런 책이나 영화를 볼때면 새삼 일본의 힘을 느낀다. 미국이 스케일, 즉 대단한 사건 혹은 엄청난 자본력으로 사람을 기죽인다면 일본은 반대로 작은 것,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무척 많다. 물론 일본의 이런 섬세함이 때론 서양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것같다고 생각될때도 있지만 말이다.  

여행기만 주구장창 읽다가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했으나 첫 작품인 괴짜 탐정의 사건노트가 너무 아니라서 좀 걱정했다. 읽지도 않고 시리즈로 사둔 추리소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 컸는데 좀 뒤져보니 다행히 그런 책이 많지는 않은것 같다. 사실 추리소설은 그럭저럭 기본은 하는 작품이 많다. 아무리 시시해도 나름의 재미는 보장한다. 아무래도 여행기랑은 다른게 이쪽은 아마추어가 많고 추리소설쪽은 대부분 전문 작가들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아주 수준이하의 작품은 잘 없다. 어쩐일인지 요즘 여행기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가득한 장르가 되어버렸다. 그런 서툰 점도 여행기라는 장르와 합쳐지니 나름이 매력이 있었는데 많이 읽다보니 그런 점이 이제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처음 몇 권 정도는 그런 풋풋함이 좋지만 어느 선을 넘어서니 질리기 시작했다. 올 여름, 싼 값에 살수 있다는 점에 미쳐서 여행기를 대량 구입한게 아무래도 실수지 싶다. 적당히 봐가면서 사면 될것을 읽지도 않으면서 미친듯이 샀더니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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