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계단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정년 퇴직할 나이가 된 중년의 니키씨. 회사에서 창업자를 일년간 후원해준다는 제도를 알자말자 바로 신청을 한다. 창업종목은 바로 사립탐정. 고독하며 외롭게 뒷골목을 헤처나가는 하드보일드 타입의 탐정을 꿈꾸며 시작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와는 다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사무실에서 졸다가 불연듯 눈을 떠보니 마치 동화속에서 나온듯한 소녀와 고양이가 창문너머에 서있는게 아닌가. 아리스라는 이름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느낌의 소녀는(일본어로는 발음이 같다) 자청해서 탐정조수가 되겠다며 나선다. 멍때리는 사이 그녀는 당연한 것처럼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혼자 있는것보다는 그녀가 있는것이 마음에 든 니키씨는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느긋한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며 미소녀 탐정조수와의 생활을 받아들이고 만다. 게다가 아리스는 생긴것만 예쁜게 아니라 타고난 영리함으로 실제로도 많은 도움을 준다.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띠지의 설명답게 사립탐정인 이 둘에게는 큰 사건이라고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죽은 남편이 숨긴 열쇠를 찾아달라는둥, 잃어버린 개를 찾아달라는 둥의 사소하고 소소한, 정말이지 일상 미스터리다. 숨겨진 음모따윈 절대 없고 시체가 굴러다니지도 않고 어디선가 나타난 괴도가 도전해 오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일들. 하지만 재미있다. 읽고 있으면 절로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마치 아버지와 딸같은 둘의 모습도 훈훈하니 보기좋다.  

항상 느끼는건데 일본인은 작은 것을 포착하는 재주가 뛰어난것 같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 책같은걸 보면 커다란 사건을 다룬 작품은 오히려 시시하고 재미가 없는데 일상의 사소하고 작은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은 오히려 아주 재미있다. 쉘 위 댄스라든가 안경, 카모메 식당같은 영화가 바로 그런 작품의 대표작들이다. 정말 시시할 정도의 일상인데 그 디테일한 부분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 보고있으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대로 진짜 대단한 스케일의 작품을 보고는 한번도 그런 느낌을 받은적이 없지만.... 

실제 아리사가 누군지 전혀 모르고 있던 니키씨는 마지막 편에서 아내를 통해서 아리사의 과거와 왜 자신의 사무실에 나타나게 된건지 알게된다. 그녀가 사라진방에서 새삼 그녀의 소중함을 느끼는 니키씨. 아리사가 다시 탐정 사무소에 나타날지 궁금해서 얼른 뒷 권을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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