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흐림 

오늘의 책 : 에게, 영원 회귀의 바다. 아카시아 

에게, 영원 회귀의 바다는 지의 거인(이라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작품이다. 여행서를 고르다 알게된 작품인데 절판되었다고 나왔지만 혹여나 싶어서 기다렸더니 중고샵에 나와서 결국 살 수 있었다. 여행서라고 하지만 거의 사진집을 연상케할 정도로 많은 양과 양질의 사진이 실려있다. 이 사람 볼때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책은 무려 20년전의 여행을 토대로 쓴 책인데 전혀 그런 느낌이 나지 않는다. 다른 작품을 쓰던 중 잠시 짬이 나서 그리고 맡은 일이 곧 끝날것 같아서 에게해 주변의 유적을 돌아보고 책을 내기로 했는데 일본에 돌아오니 사정이 달라져서 미루다보니 20년이나 지나서 쓰게됬다고 하는데 이 책 어디에서도 그 세월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물론 여행지가 아니라 유적지를 중심으로 한 책이라 사진에서도 거의 세월을 느낄 수 없다. 사실 이천년 전의 유적지에 20년의 세월을 보탠다 하더라도 얼마나 표시가 나겠나.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분의 필력은 정말 장난 아니다. 많은 책을 보면서 개정판인줄 모르고 산 책이라도 읽다보면 이거 이상한데 싶은 느낌이 든다. 찾아보면 반드시 10~20년전의 책을 개정, 증보해서 다시 재발간한 경우가 많다. 세상도 변하지만 작가 자체도 변하다보니 세월의 간격이 느껴지게 되어있는데 이 책의 경우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을수가 없었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야 20년이나 지난 책이라건 알았을 정도다. 참으로 언제나 대단하다는 말밖에 다른 수식어를 붙일수가 없는 작가분이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의 마사이 부족에 대한 책이다. 음....그리고 이 책도 내게는 실패다. 책 자체의 느낌도 시 비슷한데 중간중간에 진짜 시도 삽입되어 있다. 내가 이런 책을 딱 싫어하니 뭐 달리 할말이 없다.  

여름맞이 여행서 읽어치우기 기간으로 정한 지난 한 달간 무수히 많은 여행서를 읽었다. 뭘 이렇게 많이 샀나 싶을 정도로 어디선가 여행서가 끝도없이 굴러나와서 중간쯤에는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약간 질린다 싶을정도였다. 뭔가 여행에 욕구불만이라도 있나? 실제 떠나봐야 하나? 하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해 볼정도 많은 여행서를 샀다. (물론 아직 몇 권 남았다) 이번 휴가를 맞이해서 식구들과 밀양 배네골을 갔었다. 해운대 바닷가도 한 번 갔었고. 여행이라기에 민망할 정도로 짦은 하루짜리 말하자면 드라이브 정도밖에 안되지만 역시나 피곤했고 중간부터는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사람은 너무 많고 하지 말라는 것도 많아서. 나는 자리가 바뀌면 잠도 잘 못자고 화장실이 불편하면 금새 변비에 걸려서 고생하는 사람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여행이란 아무리 심사숙고해봐도 내겐 넘어야 할 벽이 너무 크다. 제주도 2박 3일 여행에서도 이틀간 못자고 화장실도 못간 결과 돌아오는 마지막날에는 복통으로 쓰러지고 말았으니까. 아마도 이런 점때문에 가지 못하는 여행의 낭만을 책으로 달래고 있는것이리라. 그리고 내 방, 선풍기 밑에서 읽는 한 권의 책이 언제나 내게는 최고의 여행으로 남게 될것리라고 본다. 약간은 한심한듯도 싶지만 내가 행복하면 그 뿐. 아무리 고생한만큼 기억에 남는다 하더라도 고생말고 남는것이 없다면 그것 또한 아무 의미가 없는 법이다.  

여름이 가고 있다. 얼마남지 않는 여름, 남아있는 몇 권의 여행서로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가을에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의미대로 마구 먹을수는 없지만 먹을거리 책으로 그 마음을 달래며 가을을 보내야겠다. 어릴때는 먹고 싶어도 돈이 없더니 이젠 돈이 있어도 살이 쪄서 마음대로 못 먹는 이 딜레마라니...이런 욕구불만 때문인지 찾아보니 음식관련 책도 무시못할만큼 많이 샀더라. 여행서 중에도 음식과 관련된 여행서가 두어권 있기도 했고. 이러고 보니 내가 보는 책들이 너무 말초적인것 같다. 순전히 못하는 것들을 책으로 풀고 있구만 싶다. 그렇게 친다면 세상의 거의 모든 책이 다 마찬가지지. 러브스토리는 이루지 못한 혹은 자신이 할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욕구불만일테고 모험이야기는 직접 떠나지 못하는 혹은 겪을수 없는 판타지에 대한 욕구불만일테지. 바라는 모든 것을 직접 다 하고 이룰 수 있다면 세상에 책, 영화, 음악, 게임등의 소위 말하는 예술이라는 것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것 같다. 어떨때 보면 결핍이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것이 아닐까 싶을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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