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고 더움 

오늘의 책 : 파리 탱고.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파리 탱고는 아주 예쁜 책이다. 사진 작가가 만든 책인데 이력이 참 특이하다. 호주 사람인데 이탈리아에서 사진 기술을 배웠고 지금은 파리에서 살고 있다. 흑백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인 모양인데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오래된 엽서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 분위기가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랑 잘 어울린다. 책의 분위기, 종이의 재질, 흑백으로 찍은 사진, 과거를 보여주는 듯한 사진들과 어울려서 마치 한권의 예쁜 엽서로 된 책같은 느낌이 나는 아주 예쁜 책이다. 저자가 파리에 산지는 몇 년되지 않았지만 잡지의 사진작가로 활약하면서 알게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찍은 사진과 얘기들이 오래된 파리부터 현재의 파리까지 모두 말해준다. 중간중간이 사진들을 포함하면 책의 내용 자체는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말해주는듯한 책이다. 이 책 역시 가감없이 파리를 사랑해를 외치는 책이다. 파리 예찬론자답게 또한 유명한 잡지의 사진작가답게(꽤나 성공한듯이 보인다) 파리 생활에서의 불편함따윈 저멀리 제처놓고 파리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꿈꾸듯이 펼쳐보인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얘기도 좋았지만 첫째로 책이 참 보기좋아서 보는 내내 눈과 손이 즐거웠다. 

며칠을 내리 파리에 대한 책을 읽다보니 지겹기도 하고 웬지 책의 내용이 좋은지 안좋은지 판단이 잘 안될지경인지라 딴 책을 한 번 보기로 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어제 저녁에 너무 더워서 웬지 시원한 곳이 그리워 집어든 책이다. 알래스카의 겨울은 힘들겠지만 여름에 계곡에 발담그고 있으면 너무 시원한것 같은 느낌에 간접체험으로나마 더위를 달래보려고 읽기 시작했다. 몇해 전 우연히 여행하는 나무라는 책으로 알게된 작가인데 말미에 불곰에게 죽고말았다는 얘기를 듣고 참 안타까웠었다. 하지만 책에서 보여지는 작가 자신은 아마도 그렇게 죽는것에 대해서 그다지 싫어하지 않았을것 같았다. 도시의 침대에서 죽는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 뒤 이 작가분의 작품을 찾아봤었는데 절판이었는가 어쨌는가해서 구하지 못했던 기억이 나는데 근래 이 책을 보고는 작가분의 이름을 보는 순간 기억이 나서 구입했다. 책의 배경은 당여히 알래스카다. 일본인이지만 십대에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에 반해서 그 뒤 자신의 생애의 대부분을 알래스카에서 보냈다. 여행하는 나무와 내용은 비슷해 보인다. 알래스카의 자연, 에스키모들의 삶,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삶의 방식과 밀려오는 다른 삶의 방식, 자연과 아름다움과 함께 부서지기 쉬운 아슬아슬한 알래스카의 현실. 사진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런 점들 또한 인생의 한 부분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쓴 글이 그 어떤 환경보호론자들이 쓴 글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사실 환경보호라는 내용으로 쓴 글은 아니고 그저 알래스카에서의 생활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얘기학 있을뿐이다. 책의 표지에 보니 무슨무슨 상을 탄 작품이라고 나오던데 과연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구성이 뛰어나다. 사진, 글, 저자의 사상등 어느 하나 나쁜것이 없는 훌륭한 책이다. 번역도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른 나이에 죽음에 이른것이 참으로 안타깝지만 책을 읽을수록 저자에게 어울리는 삶의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다. 좀 더 사셨으면, 더 좋은 책을 내셨으면 싶은 생각에 많이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아마도 마지막 순간에 불곰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았을것 같다. 바람같은 이야기처럼 사라져간 사람. 알래스카의 풍광을 보기 위해 집어든 책이지만 역시나 가슴에 많은 것을 남기는 책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정말 좋은 책을 읽었구나 싶은 느낌이 오래도록 남았다. 

 

 

 

 

 

 

 

 

 

내일부터 휴가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휴가비가 안나왔다. 통장에 돈이 간당간당 하다보니까 8월달에 줄 모양이다. 사실 나로서는 잘된일이다. 원래 퇴직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니까 그렇게 해서 3달을 치려면 아무래도 8월달에 주는게 나한테는 더 이득이다. 이제 한달여면 그만두는데 아무 문제없이 퇴직금 받고 그만둘수만 있다면 걱정이 없겠는데. 피곤하다. 원래 그만두려고 마음먹고 나면 다니기도 싫고 일도 하기 싫은 법이다. 그런 상황에 코 앞에 앉아있는 사장 아들때문에 일도 없는데 우야무야 하고 있으려니 진짜 피곤하다. 어서 시간이 가서 9월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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