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지만 웬지 선선한 느낌이 드는 날씨 

오늘의 책 :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여행, 색에 물들다 

같지만 전혀 다른 두 권의 책이다. 둘 다 여행기라기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디에 가면 뭐가 있고 기차편은 어떻고 묵을 곳은 어떻고 저떻고 하는 얘기는 전혀 없이 자신의 느낌만을 얘기하고 있는데 정말 기막히게 반대되는 두 권을 골랐다싶다. 

여행, 색에 물들다는 여행기라기보다 자서전이라고 해야겠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는 중요하지도 않고 본인도 굳이 얘기하지도 않는다. 하는 얘기라고는 그저 자신에 대한 얘기뿐이다. 그것도 그곳에 가서 느낀 점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하고 있다. 배경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중국인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헤어진 남자 얘기하는데 왜 굳이 배경으로 태국이나 두바이가 필요한지 모를 일이다. 본디 책이란게 다 자신의 얘기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주제란게 있다. 제목과 소제목으로 봤을때 분명히 주제는 여행과 색으로 보인다. 근데 둘 다 어디가고 없고 그저 자신의 감정만 있다. 그것도 과하게.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데 정말 보다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하위권 1, 2위를 차지하는 책이다. 대충 설렁설렁 다 보고 내려놓는데 절로 한숨이 나왔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은 아름다운 시절에 이은 프로방스 2탄이다. 읽다보니 프로방스 지방이나 프랑스에 대한 좋은 느낌이 들어서 책더미에서 여러권 골라내어 놓고 읽고 있다. 본인도 정확히 말하면 여행기가 아니라고 했고 사실이다. 파리에 살면서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아와서 한 달간 프로방스 지방에 머문 얘긴데 그 전에도 두어번 왔던 곳이라 한 달이라고 해도 지식이 얕지가 않다. 프로방스의 풍광, 알고 지내는 사람들, 아를을 유명하게 만든 고흐, 유명한 고대 유적 등등이 등장하는데 제일 중요한 요소는 고흐다. 저자는 고흐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프로방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의 흔적을 보고 그의 내면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와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했으나 죽어서 불멸을 획득한 사람. 그가 살아서 자신의 그림이 현재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는것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딱히 좋아할것 같지는 않은데.  

이 책은 여행 에세이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프로방스 여행기라기보다 프로방스 사색기라는게 더 어울리겠다. 하지만 프로방스에서의 생활과 자신의 생각, 고흐에 대한 성찰등이 절묘하게 잘 배합되어 있어서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도 실망은 없었다. 위의 책과 비교해서 얼마나 훌륭한 책인지. 책 중간에 프로방스가 지겹다며 먼저 파리로 올라가는 아들 얘기가 나오는데 속으로 좀 부러웠다. 짜식~부모 잘 만나서 프랑스에서 사는것도 모자라서 세상 사람들이 지상 천국이라는 프로방스가 지겹다니. 사람은 태어나는 그 순간이 인생에서 제일 큰 뽑기를 하는 순간이다. 내가 지금 여기서 사는건 여기서 태어났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에 태어났다면 지금쯤 에이즈로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을 확률이 높고 아랍권에서 태어났다면 칭칭싸매고 살고 있을테지. 한국보다 후진국에서 태어났다면 고생을 바가지로 할 확률이 높고 선진국에서 태어났다면 잘 먹고 잘 살 확률이 높다. 그런 점에서 봤을때 아름다운 지방이나 평화롭고 살기좋은 나라에 태어난 사람들이 좀 부러울때가 있다. 우리나라도 나름 좋지만 세상에 좋은 곳이야 많으니 위를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여행으로 그곳에 간 사람들이야 나도 갈려고 하면 갈수야 있으니(돈이 문제일뿐이지) 크게 부럽지 않지만 그곳에서 태어나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읽고 있으면 순간 부럽기도 하다. 가끔 이탈리아에 태어나서 점심을 두 시간씩 먹고 낮잠도 자보고, 스위스에서 살면서 알프스정도야 뒷산 아냐?라고 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오늘 웬지 쨍하니 맑은데 바람이 불고 날씨가 선선해서 참 기분좋은 날이다. 저녁이 되서 해가 지니 쌀쌀한것이 얇은 이불 덮고 자기에 딱 좋은 날씨다. 와~~여름 날씨가 이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 그러면 벼농사가 안되려나 싶었다. 생전 농사 지어본적도 없으면서 갑자기 웬 벼농사 걱정이 그 순간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요즘 깨농사 때문에 안달복달하는 보름이모때문인가 보다. 졸다 깨서 책 좀 보고 강지들 산책 좀 시키고 새벽에 자는데 까슬한 이불의 감촉이 너무 좋아서 절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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