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 오래된 사물들을 보며 예술을 생각한다
민병일 지음 / 아우라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오래된 물건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 책 외에는 그다지 집착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 없다보니 큰 돈이든 작은 돈이든 별로 무엇을 수집해 본적이 없다. 예쁜 그릇이나 컵등에 혹하는 순간이 간혹 있지만 그런 것들이 의외로 막 쓰기에는 불편하다는걸 알기 때문에 사 본적은 없다.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빛이 나는 물건들이란 쓰는 사람의 정성도 있어야 하지만 만든이의 정성도 중요하다. 슈퍼에서 염가 세일로 산 물건이 100년 세월이 지났다고 골동품 소리 못듣는것처럼 나름 가치를 들이지 않은 물건들은 세월이 지난다고 자신의 가치 이상을 지니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가진 것중 오래된것은 책뿐인데 그나마도 잦은 이사로 버려지고(내가 버린게 아니라 엄마가 버렸다) 수중에 남은게 없다. 골동품이든 새 물건이든 그다지 큰 집착을 가지고 모으지 않는 대신에 이런 책들을 모은다. 윤광준님이 쓴 자신이 생각하는 명품에 대한 이야기들. 고서에 대한 이야기들. 골동품을 모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책들을 모은다. 그렇다고 그런 책들이 소장품으로써의 가치를 가지지는 못한다. 흔한 책들이니까. 나는 현실속에서 골동품을 모으는 대신에 책 속에 골동품을 모으고 있다. 고서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낡은 책에서 느껴지는 냄새를 맡고, 낡은 물건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오래된 물건들이 가지는 매력과 향취를 느낀다. 실체를 가지지 못한 물건들에 대한 향수. 누군가가 오랜 세월 아낀 물건들은 향상 묘한 매력을 풍긴다.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란 만화책에 보면 오래된 물건들은 모두 까다롭기 때문에 절대 묵혀둬서는 안된다고 아끼고 사랑하며 사용해야 한다고 부분이 있다. 동의한다. 박물관에 모셔둔 찻잔들은 어쩐지 권태롭고 어색하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듯하다. 사실 차를 마실 수 없는 찻잔과 찻주전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책에 나오는 물건들도 다들 별것아닌 물건들이다. 게중 제일 비싼것이 한 화가의 그림과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책의 초판본 정도고 나머지는 벼룩시장에서 오다가다 산것들이다. 오래된 단추, 한 할머니의 추억이 담긴 액자, 사라져 가는 LP판들, 낡은 연필깍이 한 쌍까지. 애정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물건들이다. 그런 것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만져보고 새로운 생명을 주는 작가의 시선이 참 좋았다. 사실 문장들이 산문이지만 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가 있어서 평소에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않는 문장인데 이상하게도 이 책에는 잘 어울렸다. 오래된 촛대와 낡은 등불에 딱 맞는 문장같이 느껴졌다. 찬찬히 읽고 있으니 마음이 살짝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들어 안달복달하던 마음이 약간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읽는 시간이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일 해가 뜨고 출근을 하면 여전히 안달복달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만 지금은 웬지 세상이 잔잔하니 느껴진다. 기분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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