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하루종일 흐리다 비오다 말다 함. 저녁부터 비가 제법 오기 시작함. 

오늘의 책 : 여행자의 독서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이 한마디에 혹해서 이 책을 샀다. 이 한 마디는 내가 바라는 여행을 압축하고 있다. 나는 바쁘게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사진 찍고 낯선 이를 만나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 현재도 난 바쁘게 돌아다니고 무언가를 하고 낯선 이를 끊임없이 만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여행을 간다면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멍하니 않아서 그야 말로 입 벌리고 헤~~하니 앉아있고 싶다. 그러다 생각나면 무릎위에 얹어둔 책 한 구절을 읽고 술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멍하니 바다 좀 처다보고.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생활속에선 항상 쳇바퀴 돌리는 무언가를 해야만 하기 때문에 이런 모든것을 버리고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다. 그래서 저 한마디는 내가 바라는 딱 그대로의 여행을 압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대가 커서일까. 책 내용은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만은 않았다. 첫째 내가 생각하던 여행과는 조금 달랐으므로. 그는 바쁘게도 온 세상을 돌아다닌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칠레, 베트남 등등 엄청나게 많은 곳을 다닌다. 게중의 대부분은 오지라고 할 만한 곳이고 두어군데를 제외하면 대도시는 별로 없다. 가기 불편한곳, 아직 문명이 덜 발달한 곳을 다니고 있다. 나는 오지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불편한 곳도 싫고 지저분한 것도 싫고 가기 위해서 악을 쓰고 기를 쓰며 가야하는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진흙투성이 지저분한 꼬마가 자연속에서 뛰어노는걸 보면서 소위 선진국이 어린이가 행복한지 우리가 후진국이라 부르는 곳의 아이들이 행복한지 물어보는 질문도 싫다. 그런 질문처럼 위선적인 질문이 어디있겠나. 그저 태어났으니 그곳에서 최대한 즐기며 사는거지 그 애들이 정말, 진정으로 컴퓨터 게임보다 나무타기를 좋아하는지 누가 과연 알수 있단 말인가. 가난한 사람들의 나눔과 베품의 정신을 우리들의 각박함과 비교하는것도 우습다. 마치 우리의 문명이 우리를 타락시킨 듯이 말하는 것 또한 얼마나 위선인가. 그런 문명 속에서 돈벌어 여행가고 사진찍고 글 써서 책 팔고 있으면서.  

분명히 말해서 나는 자연적인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자연은 사람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다. 흙투성이 길보다 포장도로가 좋고, 수세실 화장실이 좋고, 샤워시설이 없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아아~~나는 현대 문명이 주는 그 모든 쾌락이 너무나도 좋아서 도저히 우리의 문명을 비평하고 싶지 않다.  원자력 발전소? 솔직히 나는 찬성한다. 석유가 무한정 나는것도 아닌데 뭔가는 있어야지 전기를 만들것 아닌가. 그래야 지금처럼 컴퓨터도 하고 에어컨도 켜고 밤늦게 불켜고 책도 본거 아닌가. 나는 바닷물이나 시냇물 안좋아한다. 소독약 냄새나는 물이 더 좋다. 모기에 시달리느니 약 뿌리고 모기약 태우고 싶다. 물론 고민은 한다. 인간 살자고 세상 생물 다 죽일수는 없다고 분명히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음식물 안남기고 분리수거 철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기도 최대한 아끼려고 하고 난방비는 내가 돈이 없어서 엄청나게 절약한다. 하지만 그게 다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그다지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았다. 선택한 책조차도 그다지 마음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물론 게중에는 읽지 않은 책도 있고 읽은 책도 있었지만 엄밀히 말해 읽은 책조차도 절대로 내가 여행중에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이해는 되나 공감하기는 어려운 책. 책 전체에 깔려있는 우수와 어딘지 모를 어두운 그림자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만일 내가 어느 날 여행을 떠난다면 나는 절대로 현실의 어떠한 그림자도 드리우고 싶지 않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집에서 신문기사 보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련다. 지구 온나화로 빙하가 녹는 문제라면 에어컨 온도를 조금 높이면서 회사에서 걱정하고 싶다. 도대체 왜 여행을 가서 세상 온갖 고민을 다 하는지 아직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보지 못한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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