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추리 부분

로마 서브 로사 1 - 로마인의 피 ㅣ 로마 서브 로사 1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2월

책을 다 읽고 나서 분명히 재미있었지만 살짝 실망도 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역사 추리소설을 매우 좋아한다. 캐드팰 수사, 로마의 명탐정 팔코 시리즈 등등을 사모으며 열심히 읽는 편이다. 이런 법의학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살인사건은 대부분 증거라기보다 증인의 말이나 소문등을 모아서 행간을 읽어나가는 추리력이 중요하다. 그런 부분이 탁월한 작품도 있고 그저 그런 작품도 있는데 이 책은 명백히 그 추리부분은 그저 그런 쪽이다. 대신 그 당시의 로마사회를 묘사한 부분이라던가 독재관 술라와 이제 막 변호사로써 명성을 얻고자 하는 키케로에 대한 인물적 묘사가 오히려 뛰어단것 같다.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법정에 서게되었지만 당시 로마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술라와도 연관이 있어 아무도 변호를 맡지 않으려는 사건을 맡게된 키케로는 더듬이라고 불리는 현대로 치면 속칭 탐정이나 해결사쯤 되는 고르디아누스에게 사건의 조사를 맡긴다. 단순한 존속살해인줄 알았던 사건은 로마의 권력구조와 깊이 연관되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르디아누스는 목숨의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런다. 문제는 이런 지경에 이르러서까지도 고르디아누스는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무엇하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뿐이 아니라 엄연히 탐정역인데도 불구하고 재판이 열리는 당일까지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는데 이건 좀 우습지 않은가 말이다. 이것저것 캐고 다니기는 한데 막상 딱히 하는 일이 없다는거. 제대로 범인을 추리해 내지도 못했다는거. 이거 좀 실망이었다. 재판이 다 끝나고 사건에 자신의 부하가 연류되었음을 알게된 술라가 뒷조사를 해보고 나서 자신들앞에 나타나고야 고르디아누스는 사건을 푼다. 그나마 키케로는 이미 다 짐작하고 있었던것을 뒷북만 쳤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추리라는 부분은 그닥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당시 로마사회에 대한 정교한 묘사(이게 얼마나 사실과 가까울지는 모르지만) 캐릭터들의 생생한 생명력은 좋다. 줄거리가 재미있는 소설이야 물론 말할 필요도 없이 좋지만 캐릭터들이 멋진 소설을 나는 더 좋아하는 편이다. 줄거리보다 캐릭터에 좀 더 집착하는 타입이랄까. 그래서인지 내가 볼때 조사과정도 엉성하고 추리도 엉성하고 재판도 엉성한 이야기였지만 주인공과 그의 노예지만 실상은 아내에 가까운 베데스타가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이 좋았다. 시리즈가 계속된다니 한번 기대해 볼만 하다. 역사추리소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드팰 시리즈가 끝난후로 딱히 크게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찾을수가 없었는데 고르다아누스가 그 자리를 대체할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