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점 숲의 아카리 8
이소야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전권의 마지막에 뜬금없이 테라야마가 서울지점으로 발령받는걸로 나오더니 정말로 서울에 일본서적을 직접 판매하는 지점의 지점장으로 발령이 난다. 테라야마는 아직도 아카리에 대해 우야무야 별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오미가 끼어들어 훼방을 놓으면서 사랑은 쟁취해야 하는거라는둥 하면서 테라야마를 차지하려고 난리인데 솔직히 약간 꼴불견이다. 첫째로 이 캐릭터는 내가 참 싫어하는 캐릭터인지라....노처녀에 독신에 연애조차도 안하면서 로맨스 소설에 푹 빠져서 짝사랑하는 상대를 나의 다아시라고 부른다는건 정말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노처녀지만 노처녀인것도 괜찮고 연애를 하지 않는것도 괜찮고 로맨스 소설에 빠져사는것도 괜찮지만 웬지 이 여자는 그 조합이 꼴사납다. 거기다 테라야마가 아카리에게 마음이 있는걸 알면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고 안달복달하는 건 정말이지 좀....물론 좋아하는 상대에게 쿨하니 뭐니 하면서 놓치는거보다야 이렇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후회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웬지 보기 싫단 말이다.
이번에는 테라야마가 서울에서 지점을 내면서 한국과 일본 서점의 차이점과 사람들의 다른점에 대해서 나온다. 처음에는 말도 모르고 시스템도 몰라서 혼란스러워하던 테라야마는 어찌어찌 이 사람들과 잘 지내고 서점도 그럭저럭 무사히 오픈을 마친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로 테라야마가 좀 변하길 기대하며 보낸 점장에게는 좀 그런데 나는 테라야마의 캐릭터가 참 좋아서 왜 굳이 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혼자 책에 파묻혀 사는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본인이 행복한데 왜 주위에서 변해야 한다고 하는걸까. 점장도 그런게 그는 테라야마가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알아서 편안한 부점장 자리에만 안주하지 말고 성장을 하라고 종용하는데 출세를 바라지 않는게 꼭 나쁜일일까. 좀 더 위로, 좀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고 올라서고 출세하고 이런게 꼭 좋은 일일까? 이 책에서 내가 항상 마음에 걸리는 점은 테라야마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다. 시오리는 그가 이성을 잃고 바벨의 도서관같은 곳에서 확 튀쳐나오고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의 주위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쪽이다. 그가 책속에서 묻혀 살지 말고 밖으로 나오길 바라고 있다. 아카리는 그를 사랑해서, 점장은 그가 좀 더 성장해서 더 나은 서점을 만들수 있다는 생각에, 시오리는 그를 걱정해서 등등. 저마다의 동기는 다르지만 대부분 테라야마가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랜 친구로써 그가 마음속으로 다른것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지도 모르지만 그는 현재 제법 평온한 삶을 살고있는데 주위에서 안돼 바꿔라고 말하는 상황이 웬지 좀 싫다. 나는 바벨의 도서관같은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다. 사람이 싫어까지는 아니지만, 세상에 사람은 아무도 없고 책만 아득한 곳으로 가고 싶냐면 그런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바벨의 도서관 같은 곳에서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머물고 싶다면,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내 친구나 가족들이 그런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길 바란다. 이러니 이 책을 읽으때면 항상 마음이 복잡하다. 테라야마는 지금 바벨의 도서관에서 천천히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가 아카리와 잘되려면 아마도 그곳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그러고 나면 어쩌다 한번씩은 들릴수 있을지 몰라도 그는 다시는 그곳에서 살지 못할것이다. 그 점이 웬지 쓸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