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음 

오늘의 책 : 거짓된 진실 

그야말로 우리의 머리를 망치로 두드려 깨우는듯한 범주에 드는 책이다. 봤지. 세상은 이런거야라고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책. 우리가 보지 않으려 하고 지우려하는 모든것을 낱낱이 해부해주는 책. 요즘은 이런 책을 잘 읽지 않았는데 이번주는 좀 한가해서 찬찬히 읽은 책이다.  

나는 가끔 왜 남자들은 그토록이나 여자들을 증오하는걸까 하고 생각할때가 있다. 물론 1:1의 관계에서 남자는 여자의 환심을 사려고 하고 사랑한다고 하고 같이 산다. 그런데 그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서 여자들과 남자들에서 한번 보자. 자기 상사로 여자가 오면 분노한다.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여자라서. 길가다 여자가 맞으면 이렇게 말한다. 뭔가 맞을짓을 했겠지. 남자가 그러고 있다면? 막아주지는 못해도 그런 소리는 안한다. 강간을 당했다고? 밤늦게 싸돌아 다녀서 그렇단다. 왜 야한 옷에 밤거리를 걷냐고. 강간당해도 싸다고 한다. 많은 종류의 살인은 대개 여자가 그 피해자다. 더 많은 종류의 폭력사건에서도 역시나 여자가 피해자다. 강간사건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여자가 피해자일것이다. 이걸보면 분명하게 남자들은 여자들을 증오하는것같다. 길에서 운전하는 여자들에게 쏟아지는 야유. 담배피는 여자들을 쳐다보는 눈초리들. 능력있는 여자 상사를 헐뜯는 말들. 아줌마들에 대한 수많은 조롱. 분명히 이 사회에서 남자들은 여자들을 증오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여자들이 자신들을 낳은것에 대한 복수인것 같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증오는 또 어떤가? 돈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는? 내가 그보다 더 이해할수 없는것은 부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다. 부자라고 해도 나를 직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 돈 나 줄것도 아니고 내 것이 될것도 아닌데 단지 부자라는 사실에 쩔쩔 매고 어려워한다. 단지 돈이 없다는 점에서 상대를 멸시하고 무시한다. 제 3세계 사람이라며 멸시하는건 또 어떤가? 도대체 제 3세계라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서구사회가 1등이고 그보다 조금 못사는 우리는 2등이고 더 못사는 사람들은 3등인가? 왜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증오하고 화내고 미워하는걸까? 우리의 DNA 어딘가에 이렇게 숨겨져 있는걸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우리를 이렇게 가르치는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한 일이다. 무시하고 살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른바 단일민족이라는 나라에서 그 단일민족에 속하는 피부색을 타고났으므로 내가 서구사회로의 진출만 꿈꾸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서는 별 문제없이 살 수 있다. 좀 덜 다행스럽게도 나는 여자이므로 남자들은 적용제외인 사회적인 패널티가 존재하지만 피해가며 살수는 있다. 그리고 약간 유감스럽게 중산층의 아슬아슬한 선을 지키고 있으므로 큰 병만 걸리지 않으면 별 문제는 없으리라. 많이 유감스럽기로는 나는 이제 젊은 여자가 아니고 점점 더 명백하게 아줌마라는, 이 사회에서 노인들의 바로 윗자리를 점하는 곳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그건 내 힘으로 막을수는 없다. 한마디로 나는 그럭저럭 별탈없이 살 수 있는 사회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단, 내가 길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복잡한 길에서 운전도 하지 않고 야한 옷을 입고 밤길을 다니지도 말고 남자들에게 맞을만한 짓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떤가,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Oh. What a wonderfu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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