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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죽음
C. J. 샌섬 지음, 나중길 옮김 / 영림카디널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종교개혁 지지자이자 크롬웰의 부하인 꼽추 변호사 매튜 샤들레이크의 수도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조사기.
크롬웰의 종교개혁을 열렬히 지지하며 언젠가 그가 세상을 바꿀거라고 믿고있는 매튜는 크롬웰의 명령으로 수도원을 정당하게 해체하기 위해 조사중이던 특사가 목이 잘려 죽은 사건을 조사하러 조수인 마크와 함께 수도원으로 파견된다. 외부사람의 소행이기를 바라는 수도사들의 바램과 달리 사건은 명백히 내부인의 소행으로 보이는데다 연달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숨겨진 시체가 발견되고 매튜를 죽이려는 시도까지 일어난다. 이런 골치아픈 사건에 동행한 그의 조수는 수도원의 간호사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매튜를 돕기는 커녕 방해만 된다. 물론 매튜가 그 아가씨를 좀 좋아하는것도 문제겠다마는. 둘은 어찌보면 그 시대에서는 아빠와 아들만큼의 나이차이가 나는데 한 여자를 두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데다 처음부터 매튜에게 전혀 승산이 없었다는 점에서 좀 슬프달지 한심하달지. 매튜는 좋은 사람이고 지성이 넘치지만 자신의 신체적인 특징때문에 컴플렉스에 가득찬 약간은 한심한 면이 있는 남자다. 자신이 꼽추라면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만은 말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힘써 사건을 조사하지만 수도사들은 하나같이 의심스러운데다 날씨조차 험해서 사건을 조사하기가 힘들다. 물론 그는 주인공이고 이건 추리소설이니 그는 당연지사 사건을 해결하지만 조수를 잃고 크롬웰의 총애를 잃은데다 그 자신마저 자신이 그토록 지지하던 종교개혁에 약간의 불신감을 얻는다. 그야말로 얻은거는 하나도 없이 고생만 잔뜩하고 사람도 잃고 신념도 잃고 자존심의 상처까지 입는 뼈아픈 고난을 겪게 되는 것이다. 영국 역사에서 어찌보면 가장 역동적이고 사건사고가 많은 시기가 바로 헨리 8세의 치세다. 그 시기를 힘겹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고난이 너무 고생스러워 보였다.
장미의 이름만큼이나 매력적이라는 띠지의 선전문구는 수전히 거짓말이긴 하지만 기대이하의 작품은 아니다. 다만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은데다 주인공인 매튜의 한심스러움이 부각되는 부분이 있어서 어떨때는 좀 짜증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역사 추리소설로써의 재미는 충분하다. 차라리 장미의 이름이라는 작품을 들먹이지 않았으면 훨씬 재미있게 봤을 소설이다. 걸작이랑 비교되서 좋을게 없을텐데 왜 그런 마케팅을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