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음
오늘의 책 : 토리빵 2
며칠전부터 펠릭스 캐스터 시리즈 2와 새로운 셜록 홈즈 시리즈 2를 짬짬이 읽고 있는데 급여 정리하고 연말정산 지급하고 퇴직금 정리하는 등등 일이 너무 많아서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다. 보던 책을 뒤로 미뤄두고 새로 받은 토리빵 2를 드디어 읽었다. 이틀전에 받은날부터 읽는다는게 회사일로 바쁘고 집에서는 청소하고 강지들 목욕시키고 한다고 바빠서 못읽다가 오늘에서야 읽었다. 그림체는 그다지 예쁘다거나 섬세하다고 할 수 없지만 스토리는 정말 좋다. 심야식당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본다. 물론 심야식당쪽이 좀 더 감동이 있지만. 이런 식의 아무 사건도 아무 일도 없는 얘기도 참 재미있다. 요즘들어 에세이나 여행기를 많이 읽게됐다. 옛날에는 판타지나 SF같은게 좋았다. 뭔가 거대하고 스펙타클한 것,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책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 싫증이 나서인지 요즘들어 부쩍 스토리가 없는 얘기가 좋다. 에세이, 여행기, 동화같은거. 큰 사건도 줄거리도 없는 그저 소소한 일상의 스토리를 쓴 책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 거북이 춤추다 라든가 아즈망가 대왕같은 옛날같으면 줄거리 없다고 싫어했던 4컷 만화가 웬지 마음에 와닿는다. 어릴때 한창 만화방 다닐때 남들이 뭐라고 그래도 나는 안변할줄 알았다. 나이들어서도 계속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방에 다닐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걸 이제 알겠다. 여전히 책을 좋아하지만 옛날만큼 흥분하지는 않는다. 어릴때 좋아하던 책들중 일부는 이제 더이상 재미가 없다. 책에 대한 열정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을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책들이 위로가 된다. 그냥저냥 흘러가는 세월속에서 순간 행복을 느낀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해주는 책들이 얼마나 위안을 주는지. 아무일도 없이 지나간듯한 세월이지만 분명히 변한 것들이 있다. 나도 그렇고 주위도 그렇다. 그래도 여전히 별일없는듯한 내 생활이 마음에 든다. 이제 더이상 모험을 꿈꾸지 않는 내가 (원래도 그다지 모험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가끔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마음에 든다. 아마도 전생에 거북이나 나무늘보였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