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고 엄청 추움 

오늘의 책 :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봉제인형 도시의 살생부 사건 

날씨가 엄청 춥다. 저번주에 부지런히 일한 덕분에 시간이 좀 남아서 오늘은 열심히 책을 읽었다. 일찍 마칠까 했지만 저녁에 외식하기로 해서 집에 들어갔다 나오는게 더 귀찮아서 회사에 남아서 책을 보다 마쳤다.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는 리빙 라이브러리라는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이 행사가 정말 있는가 싶어서 조사해봤더니 정말 존재하는 행사였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대출(!)해주는 행사다. 자신이 평소에 만날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에 대해 얘기해 볼수 행사인데 이 책의 저자가 런던에서 리빙 라이브러리 행사에 참석에서 그날 만난 사람들과 혹은 더 깊게 알고 싶어서 따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얘기로 채워져있다. 나이 스물의 싱글맘, 레즈비언 부부, 정신병 아내와 아들을 평생 돌보며 사는 남자, 키 2미터의 거구지만 자신은 여자이기를 바라는 트랜스잰더등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삶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우리가 편견을 가지고 보지만 막상 만나보면 그들은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는 그냥 보통사람이다. 이 행사의 주최자가 편견없는 세상을 바라며 이 행사를 주최했다고 하는데 훌륭한 목표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이 행사가 꼭 필요한 편견에 가득한 사람들은 아예 이런 행사에 참석도 안할것같다. 내가 제일 인상깊게 본 사람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얘기다. 몇년전 홍석천씨가 커밍아웃을 했고 완전히 연예계에서 퇴출되었었다. 요즘은 다시 복귀하셨지만 그 당시 세간의 눈은 참으로 차가웠다. 그 뒤를 이어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씨가 등장했고 세상은 그(녀)에게 참으로 너그러웠다. 그녀가 무척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런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남자로 살 수 없을거라는 참으로 너그러운 분위기가 전반적이었다. 그때문에 하리수씨가 트랜스젠더나 게이같은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단지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너그러이 받아들여졌다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난무했다. 사실 그렇게 예쁘지 않았다면 세상에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거라는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만일 그(녀)가 키가 2미터쯤 되고 떡 벌어진 어깨와 누가봐도 남자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래도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주었을까? 수술을 하고도 자신이 여장남자처럼 보인다면 그래도 성전환수술을 할 수 있을까? 나이 60에 목숨을 걸고 세상의 비웃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죽고싶다며 수술을 감행한 이 늙고 못생긴 트랜스잰더의 얘기가 이 책에서 제일 많은 생각을 들게했다. 제일 마음에 안든 얘기는 웬 모험심 넘치는 남자인데 아무일없는 일상이 제일 싫다면서 똑같은 일만 하다가 은퇴해서 죽기를 기다리는건 끔찍한 일이라고 말한 얘기였다. 자신은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삶을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런걸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할텐데 그런 삶을 끔찍하다고 표현하다니. 그렇다면 우리같은 모험심 없는 사람들은 모두 다 끔찍한 삶을 살고 있는건가? 모든 사람들이 번지점프나 여행이나 하고 다닌다면 세상이 어떻게 유지되겠는가. 그가 표현한 그 끔찍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정작 실제 이 세상을 떠받치고 유지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을까? 그 사람이야 말로 정말 끔찍한 사람이다. 타인의 삶에 함부로 끔찍하다는 말을 할 수 있다니.  

여담인데 나는 아직도 하리수씨를 그라고 해야할지 그녀라고 해야할지 고민중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그녀의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우리가 여자와 남자를 구분할때 법적으로만 구분하는게 아니다. 실제로 여자와 남자라는건 생물학적인 분류다. 생물학적으로 난자를 생산하는 쪽이 암컷, 인간이라면 여자라고 불린다. 일부 바다 생물의 경우 임신과정을 수컷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봤을때 난자를 생산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쪽. 즉 생식과정에서 좀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쪽이 암컷이라는 성에 해당한다. 염색체 XX를 가진 쪽이 여성에 해당하는데 그(녀)의 경우는 외양은 여성이지만 생식기관의 분류와 염색체의 구분으로 봤을때 여전히 남성이다. 말하자면 사회적으로 여성이라는 지위를 획득했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아니라는 뜻인데 이 경우 남자일까 여자일까. 본인이 여자이고 싶어하고 사회적으로 여자라는 성을 획득했지만 정말 여자일까. 사회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건 나는 아직 정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 여자가 아니라기에도 뭐하고 여자라기에도 뭐하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는 아직도 생각중이다. 내가 결론을 내린다고 어떻게 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추리소설인줄 알았는데 그건 좀 아니고 미스터리쯤? 다른 사람의 삶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미래를 볼 수 있는 케이시라는 남자가 주인공인데 그가 예지한 사람들이 삶에 대해 보여준다. 살인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이야기도 있고 그저 다른 사람의 삶에서 배경으로 잠깐만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얘기도 한 편 있는데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봉제인형 도시의 살생부 사건은 완전 대실패다. 도대체 이 책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를 도통 모르겠다. 왜 굳이 봉제인형이 주인공인지도, 중간에 나오는 테디라는 곰의 독백도. 뭔가 반전이 있나 싶어서 봤더니 테디가 정신병이라서 완전히 헛소리 한거라니.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 제대로 현실을 얘기한건 주인공 곰 에릭의 아내인 토끼 엠마가 유일하다. 내가 제일 이해가 안되는건 왜 굳이 봉제인형이냐는 거다. 꼭 봉제인형이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동성애자 봉제인형? 안에서 솜이 나오는데 커피를 마시고 머핀을 먹는다고? 뭔가 반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읽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지루하고 시시하고. 시간 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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