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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책 : 이방의 기사 

이 책을 읽은 김에 그동안 산 시마다 소지의 책을 다 훑어 봤다. 이른바 미타라이와 이시오카 시리즈이다. 시대별로 나열해보자면 이방의 기사(78) - 점성술 살인사건(79) -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83) - 용와정 살인사건(95) - 마신유희(02) 순이다. 근데 책이 뒤로 갈수록 인물들이 희안해진다.  

제일 마지막에 산 이방의 기사에서 미타라이와 이시오카는 처음으로 만난다. 기억을 잃은채 방황하다 위기에 빠진 이시오카를 미타라이가 구해주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미타라이는 점성술학원을 운영한다고 하는 미심쩍은 백수로 뛰어나지만 어딘가 핀트가 어긋난듯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시오카는 기억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남의 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좀 우유부단한 인물이고. 사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기억을 잃은 이시오카가 왜 경찰서에 가지 않았냐는 점이다. 물론 이시오카가 경찰서에 가면 아예 이 소설 자체가 설립하지 않기는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사실 시대적으로도 애매한 옛날이라서 오히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중이라서 오히려 30년 전이 100년 전보다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100년전이야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니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 30년 전이면 아직 지문조회 시스템이 없던가 있던가 싶어서 헷갈리기도 하고. 실제 살인사건이 발생한게 아니니 추리소설이라기는 좀 뭐하고 스릴러나 공포에 해당하는듯한 분위기다. 내가 누구인지 모름으로써 발생하는 공포에 대한 소설이라는게 좀 더 가까운것같다. 

점성술 살인사건은 제법 괜찮은 작품이다. 사실 이 시리즈에서 이 작품이 제일 괜찮다. 기억을 되찾은 이시오카는 성실하고 우유부단하지만 나름 활달한 청년으로 나오고 미타라이는 여전히 괴짜에 이상한 천재로 나온다. 우울증을 앓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달라지는 점은 웬지 셜록 홈즈를 연상하게 한다. 작중에서 미타라이가 셜록 홈즈를 실컷 욕하고는 그래도 자기는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작가가 셜록 홈즈를 의중에 두고 만든 캐릭터인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의 트릭은 요즘으로는 도저히 성립할수 없는 트릭인데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해야만 성립하는 트릭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트릭도 충실하고 시대와도 맞고 이시오카와 미타라이도 어느정도 호감도 가고 현실성도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기까지가 내 마음에는 들고 다음부터는 엉망이다.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에서 나오는 미타라이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광대같이 나온다. 마치 조증환자처럼 떠벌이는데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더구나 트릭도 마음에 안든다. 그렇게나 돈이 많은 사람이 굳이 그렇게까지 살인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고 또 트릭이 너무 거창해서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설명을 들어도 그게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이 느껴진다. 아마도 작가 자신도 이런 세트를 만들어서 실연을 해보지는 못했을테니 꼭 가능할지 모를것같다. 아무리 생각해서 이게 과연 가능할까? 계산대로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트릭도 그렇고 이시오카는 거의 존재감도 없고 미타라이는 제정신이 아닌듯이 나오는 작품인데 그래도 다음 편에 비하면 둘 다 아직은 정상이다. 

용와정 살인사건에는 사실 이시오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미타라이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편지로 두어번 등장할 뿐인데 이때서부터 웬지 둘이 이상해진다.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서부터 용와정까지 세월이 제법 떨어져있다. 중간에 빠진 시리즈가 있는데 내가 보지 못했을뿐일지도 모르지만 얌전히 일본에서 점성술사겸 탐정을 하던 미타라이는 갑자기 뇌의학이니 어쩌니 하는 곳으로 점프를 해서는 오슬로에 가서 대학교수를 하는걸로 나온다. 거기에 뒤에 설명이 나와있어서 보니 중간에 인물설정에 변화가 있었던듯 미타라이가 그냥 똑똑한게 아니라 아이큐는 300이 넘고 온 세상의 거의 모든 언어를 할 수 있고 어쩌고 하는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넘어가 있다. 사실 여기서는 미타라이가 나오지 않으니 그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시오카도 이상하게 나온다. 우유부단하긴 해도 활달하고 정상이던 그가 그 세월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열등감에 휩싸여 미타라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로 나오는게 아닌가. 나는 못해, 겁도 많아, 공포심도 강해, 머리도 나빠, 미타라이의 심부름꾼 정도야 등등 자기비하가 끝도 없고 성격도 우울하고 정작 작품속에 나오지도 않는 미타라이가 없으면 존재가치가 없다는듯이 나오는게 아닌가. 이방의 기사에서 한심스럽게 나오긴해도 점성술 살인사건에서만해도 추리는 못해도 명랑하고 기분좋은 사람이었는데 아예 다른 사람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망가지게 나오는게 너무 마음에 안들었다. 

마신유희도 마찬가지로 미타라이는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데 인물이 너무 달라져서 이제 못알아볼 지경이다.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에서까지의 미타라이는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것 같다. 중간에 번역되어 나오지 않는 책이 있어서 너무 세월을 건너뛰다보니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닌가 싶다. 현실적으로 인간의 지능지수가 300이 넘는다든가 거의 모든 언어를 다 할수 있다던가 하는 사람이 탐정노릇이나 할 것 같지도 않고 일본의 작은 동네 허름한 빌딩에서 몇 년을 누워보낼것같지도 않은데...일본에서도 점성술이라는 시덥지 않던 일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전 세계를 누비는 석학으로 나오다니 과장이 너무 심한 느낌이다. 

이 다섯 권의 시리즈를 일거에 다 보고나니 갑자기 미타라이 시리즈가 시시하게 느껴졌다. 시대도 너무 옛날같고 인물도 너무 변하고 말이다. 점성술 살인사건은 아주 재미있게 봤는데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에서 이건 아닌데 싶다가 용와정 살인사건에서 너무 변했잖아 했다가 마신유희에서 이건 완전 딴 시리즈라고 봐도 되겠다 싶다가 이제 다시 이방의 기사를 보니 정말 딴 시리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등장인물이 거의 변신이랄지 진화랄지 하는 수준으로 변하는 작품의 경우는 그 변화에 독자들이 따라갈수 있게 순서대로 책을 내주면 좋겠다. 시대적으로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에서 용와정 살인사건에는 12년의 세월이 있는걸로 나온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뭔가 좀 더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허름한 빌딩의 5층 방에서 점성술 학원이던 하던 미타라이가 어떻게 오슬로대학의 대학교수가 됐으며 이시오카는 왜 그렇게 자신감이라곤 하나도 없는 인간이 되었는가. 미타라이는 왜 이시오카를 두고 떠났을까 등등 소설의 트릭보다 그외의 것이 더 궁금한 시리즈가 되어버렸다. 현재 나와있는 시마다 소지의 작품중에서는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정점을 찍고 그 뒤로 계속 추락한다는게 나의 느낌이다. 아직 중간에 빠진 시리즈가 있는데 더 나올건지 말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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