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음 

오늘의 책 : 나의 소소한 일상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유명한 작가고 여러 명의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 유명한 작가라는건 알고 있지만 그 삶의 궤적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 요 근래 새로 나온 그의 나의 소소한 일상이라는 책이 일종의 에세이집이라서 어떨까 싶은 생각에 사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설을 읽지 않아서 내가 이 작가를 뭐라 평할수는 없지만 에세이집만 봐서는 참 한심하다. 이런 식의 삶과 방황이 예술가로서는 좋은 작품을 남길수 있는 밑거름이 될지 모르지만 상식으로 가득한 내게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하기사 반쯤 미친채 세상을 살면서 좋은 작품을 남긴 작가나 화가가 얼마나 세상에 많은가. 그런 사람들이 하나같이 상식적인 삶을 살았다면 세기의 걸작들을 세상에 남기지 못했겠지라고 머리로는 생각을 하지만 웬지 싫단 말이야. 특히 그의 얘기중에 전쟁통에 집이 다 타고 갈곳이 없어 고향집으로 가는중에 먹을것이 다 떨어져서 굶고 있을때의 얘기가 나온다. 돈도 없고 먹을것도 없이 애 둘을 데리고 기차를 타고 있는데 먹을게 하나도 없지?라는 얘기를 아내와 하던 중에 뒤에 서있던 아가씨가 그 얘기를 듣고는 여기 먹을게 좀 있다며 찐빵과 먹을거리를 나눠주고는 자신은 허겁지겁 기차에서 내린다. 그 아가씨에게 만나서 말하고 싶다고, 일종의 미움을 담아서 고마웠다고 그때의 거지가 나라고 말하고 싶다는 부분이 특히 소름이 끼쳤다. 그 아가씨는 그들을 거지로 알고 도와준게 아니다. 아마 그 가족의 사정을 말하지 않아도 정확히 알고 있었으리라. 온 나라가 전쟁통인 와중에 모든것을 잃고 아무것도 없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을까. 수도없이 많이 봤겠지만 그때마다 그들을 도울수는 없었을것이다. 어쩌다보니 그날은 줄 음식이 있었을테고 자신은 그 사람들보다는 사정이 나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줬을것이다. 그것도 그래 일종의 동정은 동정이다. 그 동정의 손길을 미움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남보다 자존심이 배로 강할수도 있고 그 순간에 뭐라 말할수 없는 비참함이 자신을 덥쳤을수도 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라는 서글픔이 몰려들었을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순간의 도움을 미움의 마음을 담아서 기억하다니...어딘지 모르게 소름끼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작가는 도저히 좋아할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사족인데 젊어서부터 죽고 싶어해서 몇 번이나 자살시도를 했던 주제에 결혼도 하고 아이를 셋이나 낳은것도 웃긴다. 낳을거면 제대로 살아야하고 그러지 못하겠다면 낳지 않으면 될것을...젊어서부터 이미 자신이 정상이 아님을(정상의 의미가 애매한 문제기는 하지만) 알았으면서 왜 굳이 그랬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