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비. 태풍이 살짝 스쳐지나간탓에 비도 조금오고 날씨는 많이 시원해졌다
오늘의 책 : 점선뎐
이건 실패다. 책을 잘썼다 못썼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 여자는 나랑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다. 객관적으로 멋진 사람인건 인정하겠지만 절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아마도 절대 친해질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솔직히 다섯살짜리가 배멀미를 하면 그냥 배멀미일뿐이라고 생각할 것이지 어른도 별수 없다는 둥 어른들도 역겹다는둥 하는 생각을 하다니. 소름끼친다. 그게 나이 50에 한 생각이라면 그럴수도 있다고 보지만 5살때 한 생각이라면 그건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다. 만일 내가 딸이 있어서 그 딸이 다섯살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 옆에 앉아있다는걸 안다면 소름이 끼칠것같다. 일부러 응달진 곳에 꽃을 싶고는 빛을 못봐서 약하지만 몇 송이 안되는 꽃송이의 색깔이 너무 고와서 기뻤다는 대목에서는 진짜 소름끼쳤다. 식물을 키워보면 알지만 해를 적게 받는다던가 물을 적게 준다던가하면 잎이 잘고 꽃이나 열매를 몇 개 못키운다. 대신 그 몇개에 최선을 다해서인지 많이 열리는것보다 예쁘거나 열매가 실할수가 있다. 허나 어쩔수 없이 응달이라면 모르지만 해가 드는곳에 키울수도 있는데 왜 굳이 그런짓을? 식물은 말을 못한다. 비명을 지르지도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건 분명히 고통스러울거라고 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게는 예술가적인 자질이 없다. 나 자신도 그건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환한 햇살속의 풍성한 잎사귀보다 응달에서 고통스럽게 피운 꽃 한송이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예술가의 자질중 하나라면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는 싫다. 그럼 사람과 알고 지내기도 싫고. 어딘지 모르게 오싹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장영희 교수의 책을 읽다보니 둘이 친구사이라고 하여 읽게되었는데 통 마음에 드는 구석이 별로 없었다. 나는 이런 무서운 사람은 웬지 싫다. 그저 그렇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어딘지 무서운 구석이 있는 사람. 웬지 책만으로 만났을뿐인데도 찜찜한 기분을 남기는 만남이었다.
태풍이 생각보다 큰 피해없이 지나갔다. 덕분에 날씨가 아주 시원하다. 정말 몇 주만에 밤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안 켜고도 잘수있었다. 너무 좋다. 저녁에 엄마랑 샤브를 먹으러 갔다.